중국 전기차 대응해 가격·인센티브 조정…"하반기 추가 확대는 없어" 연간 영업익 10조2000억원 목표 유지…자율주행·로봇 사업도 예정대로 추진
/사진=뉴스1
기아가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지는 유럽에서 전기차 수익성을 일부 낮추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가격 조정과 인센티브는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하반기에는 현재보다 부담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는 24일 진행된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전기차 수익성을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차량 한 대당 인센티브는 전년 동기 대비 미국에서 약 400달러, 유럽에서 1000유로 이상 증가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와의 가격 차이를 줄이고 EV2·EV4·EV5 등 대중형 전기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조정과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기아는 하반기 인센티브가 2분기보다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연말까지의 상품·가격 전략과 인센티브 수준을 이미 고려해 계획을 수립한 만큼 현재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상품성 개선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인센티브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 확대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인정했다. 올해 2분기 국내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고, 유럽에서도 약 35%까지 확대되면서 제품 믹스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전기차와 함께 빠르게 늘고 있어 전체 수익성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하이브리드차의 마진이 내연기관차보다 약 1.5배 높아 하반기에는 전기차 비중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믹스 악화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기아의 전동화 차량 판매는 29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고,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17만8000대, 전기차는 11만대를 차지했다.
기아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수익성 격차도 내년 이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가격 조정은 일시적인 조치이며,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원가 경쟁력 개선이 본격화하면 전기차 판매 증가가 제품 믹스 악화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린다. 기존 조지아 공장이 스포티지와 텔루라이드, 쏘렌토, EV6, EV9 등을 생산하며 사실상 완전가동 중인 만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배정했다.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생산 거점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판매 물량을 더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하반기 미국 판매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지아 공장에서는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을, HMGMA에서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생산한다.
기아는 연초 제시한 연간 영업이익 10조2000억원과 영업이익률 8.3% 목표도 유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7.7% 수준이지만 하반기 글로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하고 인센티브와 제품 믹스, 원재료비 부담이 상반기보다 추가로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역별로는 하반기 미국 판매가 10% 이상, 유럽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증산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HMGMA 생산, 유럽 전기차 신차 효과 등이 판매 증가를 이끌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주요 레저용차량(RV), 전기차, 목적기반모빌리티(PBV) 판매 확대를 추진한다.
기아는 과거 하반기 수익성이 상반기보다 낮았던 것은 계절적인 판매 흐름보다 대규모 품질비용과 파업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올해는 이 같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과 유럽 등 고수익 시장의 판매 증가와 평균판매단가 상승도 하반기 이익 개선의 근거로 제시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은 3분기에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알루미늄과 구리, 팔라듐, 로듐 등의 가격 상승세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둔화한 만큼 연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기아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약 146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사업계획에 반영한 1370원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환율 효과로 원재료비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환율에 의존하기보다는 고정비 절감과 원가 개선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공급 물량 배분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기아는 현재 출고 대기 물량이 3개월 이상 쌓여 있다며 생산 물량을 국내에 집중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글로벌 전 권역이 요청하고 있어 내수에만 공급을 집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K9 단종 가능성이 국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K9이 판매량을 크게 좌우하는 차종은 아닌 만큼 다른 모델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사업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앞서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한 페이스카 공개와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출시, 2028년 말 레벨2++ 기술 개발 등의 일정에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생산을 담당할 미국 로봇 법인은 수요와 생산 규모, 지배구조 등을 검토하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새만금 데이터센터는 기아가 개별적으로 운영하기보다 현대차그룹 공동 자산으로 활용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의 데이터 수집·훈련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기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33조3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도매 판매는 85만1639대로 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인센티브 증가와 제품 믹스 악화, 판매보증충당금 환평가 등의 영향으로 4.9% 감소한 2조62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로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