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이상해서 왁자지껄하다[꼬다리]

2026. 7.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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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조인성 분) 일행을 중심에 둔 <호프> 캐릭터 포스터. 레트로한 복장이 보이그룹 코르티스처럼 ‘힙하다’며 ‘호르티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근래 생긴 취미가 있다. 영화 <호프>에 관한 주변인 반응을 수집하는 거다. 대화하다가 뜬금없이 “<호프> 보셨어요?”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묻게 되니, 이건 취미라고 할 만하다.

관계자도 아닌데 <호프>를 입에 붙여두고 다니는 건, 이어질 대화가 재미있을 걸 알아서다. “잔인하지는 않아? <곡성>은 진짜 무서웠잖아”, “평이 갈리던데”, “주말에 예매해뒀어.” 아직 보지 않은 이들은 ‘그래서 너는 어떻게 봤냐’고 되묻고, 나는 성의껏 대답하다가 “보고 나면 어떻게 봤는지 꼭 알려달라”고 당부한다.

지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출장에서 <호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스포일러 걱정 없이 모두와 <호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을 기다렸던 것 같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의 얼떨떨함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이제 많이들 알다시피, 여러 의미로 이상하고 ‘미쳐 있는’ 영화지 않나. 전형적인 한국 시골에서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복장의 배우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액션 장면마다 ‘와, 저걸 어떻게 찍었지?’ 탄성이 나오다가도 외계인 생김새를 보고서는 ‘음…’ 하다가 그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굳이 필요한 장면인가?’ 의아했다.

뛰어난 만큼이나 약점도 명확했지만, ‘아무렴 어때. 재미있었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장르물보다는 드라마 위주의 예술 영화가 주로 포진하는 칸 경쟁 부문에 ‘어떻게 초청됐지?’ 싶다가도 ‘안 될 건 뭔가’ 싶었다. 광기라고 불러도 될 법한 에너지가 내내 느껴졌으니까.

나뿐 아니라 뤼미에르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 외국 관객들도 비슷한 혼란을 겪는 듯했다. 상영 직후 대화한 크로아티아의 한 영화인은 “내가 방금 뭘 본 건지 소화를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날 숙소로 복귀해 새벽 내내 리뷰 기사를 쓰다 고쳤다 할 때도 머리를 싸맸다. 어찌어찌 마감을 하고서 외신 리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흥분과 당황, 극찬과 악평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들 머리를 부여잡으며 썼겠지?’ 상상하니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호프>가 비록 칸에서 상은 받지 못했지만, 현장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영화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 떠들썩함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7월 15일 개봉하자마자 평가가 사정없이 달리고, 유튜브·인스타그램이 온통 <호프> 얘기로 뒤덮이는 것을 보면서 ‘사람 미치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라는 걸 또 실감했다.

해봤자 20여명 정도의 표본이지만, 주변인 취재 현황은 이렇다. “<호프> 어땠어요?”라고 물었을 때 딱 잘라서 싫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한두 명이었다. 대부분은 “나는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로 말을 시작했다. 그 뒤로는 대체로 이런 횡설수설이 이어진다. “좋기는 했는데 싫은 점도 있었고, 왜 평이 갈리는지는 알겠는데 아무튼 괜찮았어.” 모두를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들다니, 그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사실 모처럼 영화 하나를 두고 떠들 수 있다는 게 즐겁다. 호불호를 떠나 ‘황정민의 초반 원맨쇼나 다름없는 연기’, ‘정호연이 차를 몰고 등장하는 장면’, ‘조인성을 백마 탄 인물이 손으로 채어내는 장면’, ‘톱으로 해부를 시도하는 황석정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불쾌한 연기’, ‘임현식의 능청스러운 화장실 유머’ 등 장면만으로도 떠들 거리가 한가득하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면 영화관에서 확인해 보시라. 다들 떠드는 데 끼어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푯값 아깝지 않은 영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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