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T+1 결제주기단축 컨설팅 ‘안진’ 내정…표준 운영모델 구축 박차
즉시 활용 가능한 표준안 마련…12월 최종 보고서
금투협, 대형사·중형사·외사로 구성된 TF 운영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T+1) 전환의 밑그림을 그릴 컨설팅 파트너로 안진회계법인을 사실상 낙점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홍콩까지 T+1 대열에 합류하고, 이재명 대통령 또한 시행 시기 단축을 주문한 가운데, 국내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한국예탁결제원과 공동으로 발주한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컨설팅 용역’ 입찰에 안진과 삼일회계법인 두 곳이 참여했으며,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합산한 종합평가에서 안진이 삼일보다 높은 평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는 조만간 안진과 계약 체결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용역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대 6개월로,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용역보수는 6억원 이내다. 거래소와 예탁원이 동률 부담하는 형태다.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오는 12월 말 최종보고서가 나온다.
거래소는 특히 이번 용역 공고를 내며, 입찰자격을 2016년 이후 자본시장 인프라 관련 컨설팅 실적이 있는 컨설팅사로 제한했다. 또 해외 거래소·예탁결제원 등 대상 T+1 프로젝트를 추진한 관련자가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있는지, 해외 거래소 등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 항목에 넣었다. 선행국가의 실전 경험을 이식받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 2거래일 후 매각대금이 계좌에 입금된다. 거래소와 예탁원은 이 같은 대금 지급일을 하루로 줄이는 방안을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용역의 핵심은 청산·결제 전 과정을 아우르는 ‘T+1 표준 운영모델’ 구축과 업권·시점·기능별로 즉시 활용가능한 ‘실무 업무표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용역 과제로는 ▷북미·유럽·아시아 주요국의 추진 과정과 시행착오 조사 ▷자본효율성·글로벌 정합성·시장리스크 측면의 도입 효과 분석 ▷T+1 청산결제 표준 운영모델 설계 ▷업권별 업무표준안 마련 ▷전환 일정표 구축 ▷국내외 시장참여자 의견 수렴 ▷법령·규정 개정 수요 파악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 등이 추진 중인 블록체인 청산결제 리서치 및 국내 도입방향 제시 등이 포함됐다.
결제주기 단축은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미국은 2024년 5월28일부터 대부분의 증권 거래에 대해 표준 결제주기를 T+2에서 T+1로 단축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아르헨티나는 미국 증시와 동시 상장된 종목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결제일 불일치에 따른 시스템 오류 및 차익거래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미국의 시행일보다 하루 앞선 5월27일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유럽 주요국은 영국과 유럽연합 간 공조를 통해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이 지난 4월, 내년 4분기 내 시행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 논의가 시작된 시점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결제주기 단축 도입과 관련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이어 지난해 9월 거래소는 T+1 유관기관·업계 공동 워킹그룹을 발족했다. 또 거래소는 올해 4월 말에는 미국·유럽 핵심기관 현지조사를 다녀왔고, 5월 26일에는 거래소·예탁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첫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속도가 붙은 결정적 계기는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관련 간담회에서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느냐”며 제도 개편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시행 시기와 관련해서도 “내년 하반기라고 하는데 꼭 그래야 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오는 10월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거래소 역시 금융위의 로드맵 발표에 앞서 이번 용역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는 대형사와 중형사, 외사로 구성된 결제주기 단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0월 금융위에서 발표할 로드맵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길 것으로 보이며, 이후 TF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라며 “예탁원이 청산 관련 전산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까다롭고, 당장 거래시간 연장 등도 예정돼 있어 함께 추진이 가능할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투자자의 경우 결제 시점 단축에 따른 자금 운용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이 예상되는 반면 역외 투자자 및 국경 간 거래 참가자는 자금 조달과 환전 시간 축소에 따른 운영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존재한다”며 “실무적 이행 수단 확보와 단계적 적용 범위 설정 및 민관 협력 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선행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T+1 논의 자체가 과도기적 과제라는 시각도 나온다. 자산의 토큰화가 진전되면 결제주기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주식·채권·수익증권·펀드 같은 고유의 전통 자산이 디지털 자산화되고, 토크나이제이션을 통해 24시간 실시간 유동성을 갖게 된다”며 “토큰화가 본격화하면, 결제주기 단축이나 거래시간 연장 등은 의미 없는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도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컨설팅 과업 항목에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등이 추진 중인 블록체인 청산결제에 대한 리서치와 국내 도입 방향 제시를 포함시켰다. T+1 전환 설계와 T+0 실시간 결제 연구를 한 용역 안에서 함께 다루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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