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위주로 바꾸면…2050년 농지 탄소배출량 85% 감축

전세계가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콩류 중심의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농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최대 85%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과 미국 코넬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건강한 식단 전환과 농업 생산성 향상, 음식물쓰레기 감축이 세계 농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전세계가 '2025 EAT-랜싯 위원회'가 제안한 수준으로 식량체계를 전환할 경우 토지이용과 농업생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분석했다. EAT-랜싯 위원회는 영양과 보건, 농업, 환경,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인간의 건강을 지키면서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식량을 생산·소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국제 연구기구다.
위원회가 제안한 식단은 '지구건강식단'으로 곡물과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식사의 중심에 두고 육류와 유제품,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은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쇠고기와 양고기 등 붉은 고기와 설탕, 동물성 지방 및 과도하게 가공된 식품의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한다.
아울러 농업 생산성을 높여 같은 면적에서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고, 기후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농업방식을 확대하며, 생산과 유통·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과 폐기물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권장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건강한 식단으로의 전환 △농업 생산성 향상 △식품 손실 및 폐기물 50% 감축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했다. 2020년 전세계 평균 식단이 지속되는 경우와 이를 비교해 2050년 농지 사용과 품목별 생산량, 농업 생산가치 및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탄소배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식량체계 전환으로 농경지와 목초지의 추가 확대가 억제되면서 농업에 의한 탄소배출량이 대폭 감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2050년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농업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보다 8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토지이용변화는 식량 생산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거나 초지를 개간하고 습지의 물을 빼내 농경지 또는 목초지로 바꾸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와 토양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특히 소와 양, 염소 등 반추동물 축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됐다. 2050년 전 세계 반추동물 사육 마릿수는 2020년보다 약 4억마리 감소하고 생산가치는 70%, 금액으로는 2740억달러(약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추동물은 소화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할 뿐 아니라 사육과 사료 생산에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반추동물 사육 감소는 가축이 직접 배출하는 메탄과 산림과 초지를 농지로 바꾸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매튜 깁슨 LSHTM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로 식량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생산 방식의 변화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탄소 농법 확대만으로는 지금의 농업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며 "전세계 식량 소비 방식을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산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농지 확대와 산림 훼손을 억제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소비자들이 별도의 경제적 부담이나 문화적 저항 없이 건강한 식단을 선택한다는 가정에 기반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2050년의 미래를 그대로 예측한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충족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라고 강조하면서 축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와 지역에서는 생산 감소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농가의 소득 보전과 품목 전환, 재교육 등의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7월 15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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