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정년연장 속도전…재고용 ‘완충 효과’ 사라진다

권제인 2026. 7. 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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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경영계의 예상보다 가파른 정년연장 로드맵(2029년부터 단계적 상향) 발표를 유력 검토하는 가운데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재고용 제도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재고용 제도는 정년퇴직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으로, 청년 일자리 감소를 완화하고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된다.

2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완충 효과를 위해 2028년부터 61세의 기업 재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듬해인 2029년부터 법정 정년을 61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년퇴직자들을 기간제로 재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직무·직위의 내용을 재설계해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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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부터 재고용 의무화 유력 검토 중
재계 부담 호소 “속도조절 의미 퇴색할 것”
합리적 범위 ‘고령자 차별’ 예외 명시 전망
정부의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며 중소기업 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의 한 알루미늄 제조 공장. [중기중앙회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주소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경영계의 예상보다 가파른 정년연장 로드맵(2029년부터 단계적 상향) 발표를 유력 검토하는 가운데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재고용 제도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재고용 제도는 정년퇴직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으로, 청년 일자리 감소를 완화하고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로드맵이 도입되면 적용 기간이 줄어들면서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적 정년연장 2029년부터 시작 전망…“재고용 준비기간 1년뿐”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 쟁점과 입법 개정 방향 국회토론회’ 모습 [연합]

2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완충 효과를 위해 2028년부터 61세의 기업 재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듬해인 2029년부터 법정 정년을 61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과 정년은 2년마다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재계는 고령자 고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가파른 정년연장 도입 대신 재고용 제도를 통한 속도 조절을 요구해 왔다.

재고용은 법적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고령 근로자와 새로운 고용 계약을 통해 65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본은 200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다. 퇴직 근로자가 사측과 새로운 계약관계를 맺음으로써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령자의 소득 감소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과 노동계가 정년연장의 빠른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자 재계 측은 재고용을 통해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정년연장을 시작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28년부터 재고용을 시행한 뒤, 2030년부터 3년마다 1년씩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2042년 법적정년이 65세에 도달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용 과정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청년 채용 축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완충장치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산업계의 예상보다 빠른 정년연장 로드맵을 준비하면서 재계 내부에서는 “완충효과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사용자 측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고려해 고령자 고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업이 제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고 청년 고용 위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을 기대했던 것인데, 재고용을 먼저 도입하는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말했다.

日 재고용 차별 소송 선례…‘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추진 우려
부산 금정구 ‘우리동네 ESG센터’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장난감을 분해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런 가운데 특위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연령차별 예외 사유’를 추가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을 하면서 직무·직위의 내용, 근로 시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근로조건을 조정하는 경우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할 계획이다. 다만 재고용에 따른 근로조건 조정에 대해선 비정규칙 차별 예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같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고용자의 근로조건이 비정규직 차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두고 노사 간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조건, 임금 등을 불리하게 처우하는 경우 차별적 처우라고 보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도입된 이후 재고용자의 근로조건을 두고 소송이 잇따른 바 있다. 일본 대법원(최고재판소)에서는 재고용이라는 특수성과 개별 임금 항목의 성격·목적을 따져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주로 나왔다.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란 직무의 내용이 다르더라도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다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로, 재고용자와 정규직 간 직무가 분리돼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정년퇴직자들을 기간제로 재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직무·직위의 내용을 재설계해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은 근로자의 조건 및 상황에 따라 1~5년에 해당하는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고용 기간 정년 도달일부터 1년…대통령령에서 재고용 기준 추가 규율
국회 본회의. [연합]

또한 특위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에 재고용 대상자 선별 기준을 명시할 예정이다. 원칙적으로는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하는 것이 의무지만, 근로자의 건강 상태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거나 필수 자격, 면허를 상실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그 밖의 중대한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사업 또는 직무 폐지 등 재고용이 어려운 경우 대통령령에 위임해 추가로 규율할 수 있도록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근로자 일신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기업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 직무태만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재고용 기간은 정년 도달일로부터 1년 이상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할 경우에는 조정할 수 있다. 최소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요구했던 노동계 의견과 재고용 기간 분할을 요구했던 재계의 의견을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의 로드맵과 관련 “기업이 재고용자에 대해 기존 직무·직위 재설계와 임금 조정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면서 “재고용 예외 기준은 정부가 일본 등의 선례를 참고해 정밀하게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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