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전기’ 환상 깨진 용인 반도체, 속도전만 외치는 정부

조원일 2026. 7. 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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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경기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력 공급 계획이 첫걸음부터 꼬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했던 '수소 혼소를 통한 전력 공급 및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국민 전기 요금을 들여 해외에서 대량의 수소를 구입하거나, 온실가스 감출 계획을 포기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 없이 ‘속도전’만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저질러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난 2023년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용인에 3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쓰게 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필요한 전력 규모는 1GW 수준으로, 한국표준형원전(OPR 1000) 10기 규모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전체 가구(2,200만)에 1년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구체적인 전력 공급 계획도 없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밀어 붙인 정부는 3GW 규모의 가스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고 여기서 발생하게 되는 온실가스는 수소 혼소를 통해 감축하겠다는 대책을 내왔다. 수소 혼소란, 가스와 수소를 섞어 태워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 역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며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무작정 가스발전소를 늘릴 수는 없었다. 2050년까지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달성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 공표한 삼성전자의 목표와도 부합해야 했다. 

산업용 원료로도 부족한 수소를 발전기에 넣고 태우겠다는 발상은 경제적 효율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자칫 화석연료 발전기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사업을 맡은 LH는 2032년부터 수소를 태워 온실가스 21.4%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담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토지이용 계획안

이재명 정부의 ‘미봉책’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수소 혼소 정책의 핵심 근간이 되는 청정수소 발전시장 입찰제도 (CHPS·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CHPS는 청정 수소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을 정부가 15년간 고정 가격으로 구매한다는 보증이 핵심이다.

청정 수소의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청정 수소로 만든 전기 또한 비쌀 수 밖에 없다. 발전소 입장에서는 청정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고가의 수소 전기를 전력당국이 사준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국민 전기요금으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 환경부는 지난 해 10월 CHPS를 전격 중단한 뒤 개편 작업을 거쳐 올해 6월 재개했다.  정부가 약속한 수소 전기 구매량은 기존 6,500GWh에서 500GWh로 크게 줄었다.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 연장에 악용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수소를 공급하는 해외 기업만 배를 불린다는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CHPS 축소를 통한 미래의 부작용은 일정 부분 줄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소 혼소를 전제로 한 상당수 가스발전기들의 건설 계획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건설 예정인 가스발전기다. 용인 국가산단 내부에 건설 예정인 가스발전기는 총 6기, 3GW 규모다. LH의 용인 국가산단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온실가스 21.4%를 감축하기 위해 2032년부터 발전기에서 가스와 수소로 각각 생산하는 전력 비중은 78.6% 대 21.4%다. 

3GW 규모 발전기들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쉬지 않고 100%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총 생산 전력은 26,280GWh에 달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약속한 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이 전체 전력 가운데 21.4%, 즉 5,623GWh를 수소 전기로 채워야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밝힌 우리나라 전체 연간 구매량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스발전기를 1년에 절반, 즉 50%만 가동한다고 가정해도 필요한 수소 전기량은 연간 2,811GWh, 정부 계획 물량으로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솔루션의 홍영락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수소 혼소를 이용한 용인 산단의 전력 조달 계획은 실행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치 않은 수소 혼소를 명분으로 용인 국가산단의 완공 계획을 앞당기거나 가스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수소 혼소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가스발전소는 이 뿐만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국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충남 보령, 제주, 울산 등 최소 3곳의 가스발전소들이 용인 산단과 비슷한 시기부터 연간 수만톤의 수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구매해 줄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소 생산설비가 확보되기는커녕 누가 수소를 생산할지조차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자원 종속의 길, 그리고 국민 부담

청정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겠다는 정부가 이를 통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계획 이행과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 발전소에 충분한 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청정수소 생산설비가 필요하지만 국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기후부가 실증 계획으로 제시한 국내 설비가 모두 성공적으로 가동한다 해도 그 공급량은 용인 산단에 필요한 1년치 수소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국 국내 생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의 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실제로 2024년 CHPS를 통해 유일하게 낙찰을 받은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는 2029년부터 혼소 방식을 이용해 온실가스 20%를 줄이는 대가로 해마다 3,300억원 가량, 15년간 무려 5조원이 넘는 전기 요금을 지급받게 된다. 그리고 이 발전소가 쓰게 될 청정 수소 원료는 삼성물산과 인도의 재벌그룹 릴라이언스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릴라이언스의 청정 수소 공급 계약이 체결되자 국내 다수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삼성물산이 대규모 그린수소 산업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릴라이언스 그룹의 친분이 한 몫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보도되지 않은 사실도 있었다.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가 받아 가게 될 5조원 상당의 국민 전기요금 대부분이 삼성물산을 통해 릴라이언스 그룹으로 흘러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릴라이언스가 받아가게 될 우리 국민의 전기요금을 4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낸 릴라이언스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릴라이언스 그룹 오너 3세인 아난트 암바니 릴라리언스산업 전무이사는 지난 6월 19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Samsung C&T)과 30억 달러 규모의 기념비적인 그린 암모니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세계 최초의 완전한 주권적 청정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수출을 하는 인도의 입장에서는 수소를 통해 청정에너지 주권의 미래를 열었다고 자평할 수 있겠지만, 수입을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수소 종속’이라는 또다른 에너지 안보 위협이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영락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호르무즈 사태는 자원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어떤 변동성 위기에 처하는지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며 “국내 수소 생산 설비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해외에서 다량의 수소를 반복적으로 들여올 경우 가격이나 지정학적 요소에 의해 국내 산업이 좌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해 보면,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가스발전기를 건설하되 수소를 섞어 태워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실패하면서 향후 몇년 내에 국내에서 대규모 수소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해 졌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거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1차 전력공급 대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오로지 ‘속도전’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인공지능 적용하거나 데이터센터 설치하거나 이런데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다’ 그럴듯 하죠? 그런데 이거 기본적으로 맹점이 있어요 원자력 발전소 짓는데 최하 15년 걸립니다. 원자력 발전소 짓는데 15년 걸리고요.
(중략)
원자력발전소 지을 데가 없어요. 딱 한 군데 있어요. 지으려고 하다가 만 데.
(중략)
지금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그 전력을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입니다.
- 이재명 대통령. 2025년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 1년 여간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이와 상반되는 원전 확대 계획과 석탄발전소 활용 재검토 방안까지 거론하며 모순된 행보를 이어왔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는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에 이르면서 그 모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력 수요 급증과 기저 전원 안정화를 위한 신규 원전과 SMR 도입 여부도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2026년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가스발전기 사례에서 보듯 국가 전력계획은 발전기 및 연료, 기술 수준, 전력망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이 성공한다 해도 ‘대부분의 이익은 일부 기업에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할 뿐더러, 실패할 경우 그 막대한 비용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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