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기금 부담체계 30년 만 손질론…"상향보다 재원 환류가 관건"
갱신허가·양도 사전인가도 논의…예측 가능성 확보 주문

23일 국회에서 열린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 구조 개편을 비롯해 카지노업 갱신허가제와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도입 방안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1990년대 마련된 제도를 현재 산업 규모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공공성 강화와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억원 초과 시 10%…사실상 단일 부담률 된 누진제
현재 카지노 사업자는 연간 매출액에 따라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한다. 10억원 이하는 매출의 1%,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는 해당 구간별로 5%, 100억원 초과분에는 10%가 적용되는 구조다. 하지만 영업 중인 대다수 카지노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서는 만큼 30년 전에 마련된 누진 구간이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육지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 카지노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기존 누진 구조는 사실상 형해화됐다"면서 "라이선스 비용을 별도로 부과하거나 일반 고객과 VIP 매출에 차등률을 적용하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구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지노가 제한된 사업권을 기반으로 수익을 얻는 만큼 공적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단순히 부담률 수치만 높이기보다 사업자의 실질적인 부담 능력과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특수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주문이 뒤따랐다.
최영배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카지노의 공적 기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법인세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함께 부담하고 있다"며 "해외 카지노와 단순한 세율 수치만 비교하지 말고 실질적인 세 부담과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국인이 출입하는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경상 전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은 "강원랜드는 입장료와 영업시간, 베팅 한도, 매출 총량 등 별도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시장과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사업자별 투자 현황과 부담 능력을 반영한 차등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는 최근 매출이 회복됐더라도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초과이익을 거두는 구조는 아니라며 부담 확대에 반대했다. 대규모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외에 호텔과 공연장, 쇼핑·회의시설 등에 수조원을 투자해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일부 사업자는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이자비용을 반영하면 순손실 상태라는 설명이다.
최성욱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인스파이어와 제주 드림타워 등은 대규모 차입을 통해 복합리조트를 조성해 금융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겉으로 나타난 카지노 매출만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부담률을 높이면 투자와 고용, 기업의 존속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걷는 데 그쳐선 안 돼"…관광·카지노 산업에 재투자해야
기금 부담 체계 개편의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면 추가 재원의 사용처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데는 학계와 지자체 모두 대체로 공감했다. 부담 확대를 기업 이익의 '환수'로 접근하기보다 산업에 다시 투자하는 '환류'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부담률을 높이는 데 그치고 거둔 재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제시하지 않으면 기업의 정책 수용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추가 재원을 카지노와 복합리조트 산업에 다시 투입하고,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도 기금을 외래 관광객 유치와 관광 인프라 확충에 활용하면 카지노업체에도 편익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해외 마케팅과 관광 콘텐츠, 기반 시설을 확충해 방한 관광객이 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고객과 매출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 역시 부담률 조정과 산업 지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환 제주도 관광산업과장은 "제주 카지노업체가 납부하는 기금은 제주 관광진흥기금 재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납부액도 약 620억원에 달한다"며 "부담률 상향을 논의한다면 영세 사업자 지원과 고용 안정, 교육 개선, 해외 홍보·마케팅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부담이 경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손실 사업자에 대한 유예나 사업자별 차등률, 단계적 인상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토론자들은 부담 기준뿐 아니라 매출 산정 방식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지자체·업계가 효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갱신허가·양도 사전인가 공감대…"예측 가능성 확보해야"
카지노 사업권을 일정 주기마다 평가하는 '갱신허가제' 도입에도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행 카지노업 허가는 별도의 유효기간이 없어 사실상 영구 사업권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영배 교수는 "재무 건전성과 준법성, 관광산업 기여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명확한 평가 기준과 충분한 경과기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실장도 과거 3년 단위 허가가 사업 불안과 로비를 키운 전례를 언급하며 10년 또는 20년 수준의 장기 갱신 주기와 개선명령·조건부 갱신 등 단계적 제재를 제안했다.
양도·양수와 지배권 변경을 현행 사후 신고에서 사전인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방극렬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가 민간 거래만으로 특허 성격의 카지노 사업권을 승계하는 현 구조가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게 새로운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법적 안정성과 정부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갱신허가와 사전인가, 기금 개편을 개별 규제 강화가 아닌 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카지노업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중장기 육성 전략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궁영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