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보다 반도체” AI 전력 전쟁의 ‘진짜 수혜자’

정유진 2026. 7. 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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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급증 800볼트(V) 고전압 전환 본격화
전력 장비보다 전력반도체 비중 확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
사진=한경DB

인공지능(이하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연산 성능에서 전력 공급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전력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전력 장비 업체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장비 내부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의 가치가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AI 서버의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48볼트(V) 전력 구조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호퍼(Hopper) 세대의 랙당 전력은 약 40킬로와트(kW) 수준이었지만 블랙웰(Blackwell)은 약 120kW까지 늘었고 차세대 제품은 600kW에서 최대 1메가와트(M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반 가정 약 10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 규모와 맞먹는다. 전력이 커질수록 전력 손실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800볼트(V) 고전압 직류(HVDC) 구조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력 장비 시장 전체가 크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장비 효율도 개선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의 MW당 단가는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장비 내부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800V 환경에서는 기존 실리콘(Si) 반도체 대신 고전압과 고온을 견디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광대역갭(WBG) 반도체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기존 반도체보다 가격이 높아 장비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실제 부품 구성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전원공급장치(PSU) 시장의 강자인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의 차세대 12kW 제품은 기존 5.5kW 제품보다 와트당 부품 원가가 43% 높아졌는데 핵심 원인은 내부 전력반도체 탑재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AI 전원공급장치 판매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전력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투자 대상도 전력 장비보다 전력반도체 업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드 제어칩, 전력반도체 소자, 고성능 기판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의 전력반도체 기업들은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전원공급장치 업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가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투자 시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6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은 기존 48V 전력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보드 전력관리칩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800V 고전압 구조는 2027년 이후 차세대 플랫폼부터 본격 도입되고 실적 효과는 2028년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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