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저승사자 모건스탠리 “요즘 자숙 모드” 이유는
日 미쓰비시UFJ가 최대주주
40조 SK하이닉스 ADR 상장 ‘홀로 탈락’ 충격
큰 거래 무산 이어져 자존심에 금

최근 국내 대형 투자기관의 대표는 “모건스탠리가 한국에서 진행한 거래들이 연이어 무산돼 요즘 자숙 모드”라며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주관사에 홀로 떨어진 것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최근 행보가 국내 투자 업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굵직한 거래(딜)를 따내지 못하거나 성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다.
그러면서도 주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위기를 조성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피라미드 최정점에 위치한 모건스탠리의 한마디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실제 이 회사의 부정적 의견에 외국인들이 주식을 일제히 팔고 떠나며 한국 금융시장은 여러 차례 휘청거렸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모건스탠리를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 시선도 곱지 않게 변했다. 그러자 한국 기관 등을 상대로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부서에서는 “어떻게 영업하란 말이냐”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뉴욕에 본사가 있지만 모건스탠리의 최대 주주는 지분의 약 24%를 가진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MUFG가 모건스탠리에 90억달러(약 13조2000억원)를 투자한 이래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韓 반도체 깎아내리는 보고서 반복 발행
가장 눈에 띄는 영역은 리서치(조사) 부문이다. 한국에는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로 알려진 보고서다. 그때부터 한국 반도체는 험난한 여정을 맞았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러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다행히 AI 수요 특수가 한국 반도체를 구했고 그 후로 1년여간 반등의 날개를 펴는 듯싶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악몽은 지난 6일(현지시각) 재소환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하락 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상처에 뿌려진 소금’과 같았다.
‘메모리 겨울’ 보고서를 포함해 2017·2021·2024년 세 차례 한국 반도체에 대해 비관적인 보고서를 낸 저자는 한국계 숀킴(Shawn Kim) 전무였다. 그는 2002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현재 유럽·아시아 테크 리서치 총괄을 맡고 있다. 서울, 홍콩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영국 런던으로 근무지를 옮긴 상태다. 지난 6일 보고서는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주식전략팀이 썼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주관사 홀로 탈락
그러는 가운데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대표 주관사에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골드만삭스·JP모건 등 4곳이 선정됐다. 모건스탠리만 제외됐다.
265억달러(약 40조원)로 외국 기업의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였다. 블룸버그가 전한 검토 요율 0.5%를 적용하면 주관사들이 나눠 갖는 총 수수료는 약 1억3000만달러다.
수수료도 놓쳤고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등 초거대 기업공개(IPO) 딜을 따냈고, 오픈AI IPO 주관사로 유력하게 거론될 정도로 이 부문 강자를 자부해 온 터였다.
내부에서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SK하이닉스 딜에서 소외된 게 한국에 대한 연이은 부정적 보고서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전직 모건스탠리 임원을 포함한 복수의 투자은행 관계자는 “서울 사무소 내에선 ‘숀킴 등의 부정적 보고서 영향으로 SK하이닉스 딜을 놓친 것 아닌가’ 싶어서 ‘앞으로 처신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주관한 딜들도 연이어 무산
모건스탠리는 미래에셋의 ‘스페이스X 청약 0주 배정’ 사태와도 연관이 있다. 미래에셋 측은 “지난달 5~10일 청약 시 11억4000만달러를 스페이스X IPO 대표 주관사 안내 시스템을 통해 신청했고, ‘확인(confirm)’까지 받았는데 최종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래에셋 내부에선 모건스탠리가 공동 주관사였던 골드만삭스에 업무를 인계하면서 신청을 누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러나 청약 배정은 전적으로 IPO 주관사의 재량이어서 미래에셋은 모건스탠리에 제대로 묻지 못한 채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블룸버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래에셋측 실수로 청약 배정을 한 주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지난 14일 미래에셋이 블룸버그에 민사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는 국내 대형 증권사와 글로벌 언론사 간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장 검사를 마쳤고 결과는 몇 달 뒤에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국민연금이 원금 2조원을 맡긴 국내 최대(운용자산 73조원)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거래도 골드만삭스와 함께 주관했으나 성사에 실패했다.
작년 12월 중국계가 창업한 싱가포르 운용사 힐하우스를 최종 인수 후보로 앞세웠지만 인수자금 조달 등 문제로 돌아섰다. 당시 경쟁 인수 후보였던 흥국생명은 힐하우스에만 유리한 가격 정보가 제공됐다는 이유로 이지스 대주주 측과 모건스탠리 관계자 등 5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실사 과정에서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위탁 운용 내역이 힐하우스 등 매수 희망자들에게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은행으로서 거래 성사 기록은 주요 실적 자료인데 실패 기록이 쌓이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외 모건스탠리는 2017·2018년 당시 증시 바이오 대표주 셀트리온의 주가를 절반 이하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 논란을 일으켰다. 셀트리온은 그때마다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고, 시장에서는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싸진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내는 기법) 연계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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