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뿌볼’ 대신 수세미로 만든 ‘수세미’ 어때요?···촉감완구에도 친환경 바람

임주영 기자 2026. 7. 24.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수세미의 바삭한 겉면을 박현희씨(31)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임주영 기자

인체 유해 우려가 제기된 화학 소재 대신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촉감 완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서울 마포구 소재 제로웨이스트샵인 ‘알맹상점’에서는 ‘왁뿌볼’을 대신할 수 있는 ‘수세미’를 판매 중이다. 수세미를 만지자 바삭한 촉감과 함께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가격은 3900원으로 시중에 판매하는 왁뿌볼과 비슷하다.

기존 왁뿌볼이 점토를 파라핀 왁스로 감싸 만드는데 반해 이 수세미는 실제 식물 수세미로 만들어 안전하고 폐기할 때 환경오염 우려도 없다. 박현희 매니저(31)는 “왁뿌볼은 한번 부수면 끝이지만 수세미는 바삭바삭하게 여러번 만질 수 있고, 더이상 바삭하지 않으면 (주방용) 수세미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라텍스 장갑에 커피가루를 채운 사탕 모양의 ‘말랑이’도 전시 중이다. 구멍난 라텍스 장갑을 재활용한 친환경 제품이다. 판매용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종종 관심을 보인다. 성예람 매니저는 “말랑이를 신기해하며 만져보기도 하고, 생각보다 촉감이랑 소리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마포구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매니저가 사용한 라텍스 고무장갑과 커피가루로 만든 말랑이를 만지고 있다. 임주영 기자

시판 중인 일반 왁뿌볼과 말랑이는 보통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왁뿌볼은 왁스를 부수면서 말랑한 점토를 만지는 순간을 즐기는 게 목적이라 일회용에 가깝다. 말랑이는 분리배출 할 수 없는 합성 고무, 화학 제품 등이 주요 소재라 모두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구도희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왁뿌볼과 말랑이는 분리 배출할 수 없고, 느슨한 플라스틱 구조라 완구를 만질 때와 소각할 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말랑이의 경우 외피는 주로 합성고무, 실리콘 등이고 내부에는 점토 등이 사용된다. 일부 제품에서는 촉감을 조절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유기용제인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등이 사용된다. 특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이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돼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촉감 완구에 ‘14세 이상 사용 가능하다’는 라벨을 붙이면서 환경호르몬 안전 기준을 회피할 수 있다”며 “환경호르몬으로 규제 대상인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은 체내에 유입됐을 때 잘 분해되지 않고 잔류하는 특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알맹상점의 친환경 왁뿌·말랑이 소개 영상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말랑이, 왁뿌볼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건 편안하다”, “말랑이 사고 싶은데 쓰레기랑 유해물질 때문에 걱정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안심이다” 등이다. 성씨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소재, 친환경 소재로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왁스 대신 삶은 계란 껍질을 부수는 ‘왁뿌볼 대신 계뿌볼’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촉감 완구 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관련 환경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소장은 “한번 쓰고 만족감을 얻으면 버리는 방식의 장난감이 유행·확산하면 주 사용층인 어린이, 청소년에게 일회용 문화를 조장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산·수입자들에게 폐기물 부담금을 세게 부과하는 등 정책적인 신호를 강하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