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성 총리의 ‘여성 천황’ 반대, 그 뒤엔 아소?

도쿄/류정 특파원 2026. 7. 2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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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Why]
다카이치, 여론 거슬러
‘입양안’ 왜 밀어붙였나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황실 행사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황실 일가 앞을 걸어가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나루히토 천황의 동생 후미히토 친왕의 아내 키코 친왕비, 나루히토의 딸 아이코 내친왕, 후미히토와 키코의 딸 카코 내친왕. /게티이미지코리아

작년 10월 취임 이후 60~70%대를 웃돌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그 배경과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의 지지율은 한 달 전의 51%에서 10%포인트 급락한 41%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지지통신 조사에서도 49%에 그쳤다.

여성 천황을 배제하고 옛 황족을 입양해 남성 승계를 이어가는 ‘황실기본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입양안’이 채택된 배경이 계속 논란이 되는 가운데 다카이치 정권이 갈림길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여론은 ‘여성 천황’이 대세

황실 문제는 국민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지만, 일본인들은 국가의 상징인 천황의 정통성과 승계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나루히토 천황 부부에게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황위를 승계할 남성도 크게 줄어 ‘이제 여성 천황이 나올 때가 됐다’는 여론이 확산되던 중이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성 천황 찬성률은 70% 이상이고, 대표적 보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해 5월 여성 천황을 공식 제언했을 정도다.

이는 천황의 외동딸인 아이코(25) 내친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나루히토 천황 부부의 온화한 성품을 닮은 아이코에 대한 애정이 크다. 외교관 출신 엘리트 마사코 황후가 “평생 지켜주겠다”는 황태자의 청혼을 받고 결혼, 난임 치료를 거쳐 8년 만에 아이코를 낳은 점도 애틋하게 바라본다.

반면 황위 계승 우선순위를 가진 나루히토의 동생 후미히토 친왕(1순위), 후미히토의 아들 히사히토 친왕(2순위)에 대해선 집안을 둘러싼 여러 구설 때문에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히사히토는 천황이 될 수 있는데 왜 아이코는 안 되느냐”는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다카이치와 자민당은 지난 17일 ‘여성 천황’은 계속 금지하고, 2차대전 패전 후 황족 신분을 잃은 옛 황족 남성을 입양하도록 황실기본법을 개정했다. 입양된 양자는 황위계승권이 없지만 그 아들은 계승권을 갖게 된다. 입양의 대상이 되는 옛 11개 궁가(천황가 이외의 황족 가문)의 황족은 현재 천황의 36~38촌이다. 사실상 천황과 남남인 사람이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소 부총재

◇‘그림자’ 아소 입김 작용했나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가 여성 천황을 배제한 배경엔 ‘그림자 권력’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황족 입양’은 아소가 주도해 만든 안이다. 아소는 법안 일부에 반대하는 일본유신회 대표에게 “엎드려 부탁한다”고까지 말해 법 통과를 주도했다.

아소의 여동생 노부코는 1980년 도모히토 친왕과 결혼해 왕비가 됐고, 최근 별도의 궁가로 독립해 당주가 됐다. 현재 아들이 없어 양자를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부코가 옛 궁가 남성을 입양할 경우 그 양자의 아들은 개정된 황실기본법에 따라 황위 계승권을 갖는다. 지난해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될 때 아소의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다카이치는 그의 뜻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후 체제’에서 탈피해 일본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민당 강경파와 다카이치의 주장도 입양안과 관련이 있다. 자민당 강경파는 옛 황족이 지위를 잃은 것은 전후 일본을 통치했던 연합군이 일본을 약화시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며, 옛 황족을 복귀시키는 것이 ‘정상화’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평화헌법이 패전 후 미국 주도로 제정됐으므로 자주적인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카이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일부 우파 논객은 아이코 내친왕을 찬양하고 히사히토 가족을 비난하는 건 일본의 정통성을 약화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천황과 자민당 강경파 갈등도

천황과 자민당 강경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나루히토 천황은 아버지 아키히토 상황이 강조했던 전쟁에 대한 반성, 평화 메시지를 일관되게 계승해 왔다. 2019년 즉위 첫해 8·15 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 이후 해마다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자민당 강경파는 이런 황실을 껄끄럽게 생각해왔다는 것이 일본 정계 안팎 이야기다. 급기야 지난 4월엔 쇼와(히로히토 천황의 연호) 100주년 기념식에 천황을 앉혀 놓고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황실을 대변하는 궁내청은 개정된 황실기본법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통과된 법을 다시 고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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