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 갇힌 지방재정] 경기도 채무 7조원대 착시…세제 개편 필수
5.9조는 지역개발 기금 채권
다수 재난·민생 위기에 사용
채무 10%대…서울보다 낮아
정부 사업 늘수록 쓸 돈 줄어


경기도가 보유한 7조원대 채무는 당장 재정위기를 불러올 성격의 부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행정 절차상 자연스럽게 쌓이는 채무다. 올해 당장 모두를 갚아야 하는 부채는 아니다.
다만 세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발 사업이나 복지 사업 등이 지금처럼 급증한다면 현 재정 구조상 도가 가용할 재원이 점점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와 도의회는 해당 채무 원인 등 경기도 재정 상황을 자체적으로 점검 중이다.
2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 누적 채무는 총 7조여원이다. 해당 채무는 한 해에 일시 상환하는 자금이 아니다. 올해 상환 목표액은 약 1조7000여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전체 채무 가운데 78% 이상인 5조9000여억원은 지역개발기금에 따른 채권이다. 이 자금은 도민이 자동차를 신규 등록하거나 지자체 인허가·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면서 생긴다. 도가 사업을 추진하려고 급하게 외부에서 끌어다 쓴 비상용 빚이 아닌 행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자동 적립되는 채무다.
도는 이 기금 등을 끌어다 썼다. 내부 거래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당장 외부에 갚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성격이 아니다. 일종의 '가족 간 거래'로 볼 수 있다.
해당 재원의 상당수는 재난 및 민생 위기 상황에 쓰였다. 4조여원이 투입됐다. 지역개발기금(1조 5000여억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7000여억원), 재난관리기금(4000여억원), 재해구호기금(2000여억원) 등 내부 기금을 차입하거나 지방채(1000여억원)로 조달했다.
2020~2021년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3조여억원을 사용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예산 부담도 있었다. 정부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정부 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에 5000억원이 쓰였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인당 15만~55만원, 1인당 10만~60만원씩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는 2900억원이 투입됐다. 재난 등 비상 상황에 맞춰 지원을 펼친 결과다.
현재 정부 기준상 한 해 살림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넘어야 '재정위험' 단계로 지정된다. 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나라살림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채무는 2023년 이미 11조4425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의 채무 수준은 서울시보다 낮으며 정부 기준선에 미치지 않는다. 정두석 기조실장은 지난 20일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경기도 전체 예산이 약 4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예산 규모 대비 채무 수준이 다른 시·도보다 특별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여력이 안 돼서 상환을 못 한 적은 없다"며 "재정 추계를 통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고 했다. 이날 안광률 대표의원은 본회의 첫 연설을 통해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지방정부가 도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면서 긴축재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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