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인구감소 시대를 위한 준비

김규식 기자(kks1011@mk.co.kr) 2026. 7.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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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맞춰 서비스 재구축
'스마트슈링크' 일본서 화두로
공공서비스 등 개편 나서면서
편의점 등 민간기업 적극 활용
韓 스마트슈링크 고민할 시점
김규식 컨슈머마켓부장

일본 와카야마현의 산간지역 류진무라에 위치한 로손 점포는 도심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장보기에 적합하게 지역의 신선식품이나 생필품·냉동식품 등이 크게 강화됐고 지역 주민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노인 비율이 45%를 넘게 되자,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슈퍼마켓이 떠났고 그 자리에 로손이 들어왔다.

비슷한 매장은 또 있다. 작년 야마나시현에서 인구가 1500명으로 줄어든 도시무라에도 로손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매장을 냈고 장을 보기 위해 차로 30분이나 나가야 했던 '쇼핑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매장들을 '지역 공생 편의점'이라고 부르고 로손은 일본 전역에 16개를 출점해 놨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 이런 편의점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고 로손도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슈퍼마켓이 떠난 자리를 활용하거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방식 등으로 초기 비용을 낮추는데 도심의 매장보다 수익·매출이 좋은 곳도 많다.

도심의 편의점이 사실상 포화 상태인 일본에서 로손은 인구 감소와 '스마트 슈링크(Smart Shrink·현명한 축소)'라는 변화의 흐름에 대응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으면서 사회적 책무도 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슈링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피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에 맞춰 사회적인 서비스·시스템 등을 재구축하거나 축소해 나가며 대안을 찾는 것을 말한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확장을 거듭해왔던 사회 시스템의 비용구조로는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인구 변화에 맞춰 상하수도 서비스 범위를 재검토하거나 소방본부를 통합하는 지자체가 있다. 또 쓰레기 수거차를 없애는 대신 지역 주민이 정해진 장소로 나와 분리수거를 하도록 해 비용을 줄인 곳도 있다. 지역 공생 편의점 등의 사례처럼 주민 생활에 필요하지만 공공에서 유지하기 어려운 서비스들을 민간기업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스마트 슈링크는 작년 말부터 일본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 도지사협의회는 작년 11월 인구 스마트 슈링크에 맞춰 지방 발전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최근에는 지방재정의 재구축에 대한 선언도 했다.

스마트 슈링크는 강 건너 불구경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본만큼 심각한 나라가 한국 말고 얼마나 더 있겠나.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감안할 때 인구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구 감소 지역이 늘어나고 있고 인구소멸 지역으로 지정된 기초 지자체만 89곳에 달한다.

우리도 스마트 슈링크에 대한 논의를 먼 미래의 일로 놔둬서는 안 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논의도 필요하고 주민 생활과 관계 깊으면서 인구 변화에 민감한 산업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유통을 비롯한 산업의 경우 인구 변화에 대응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하지만 사회적 역할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쇼핑 난민' 지역을 해소하는 사업을 벌일 수도 있고 시니어 등을 위한 맞춤형 상품·서비스 등을 강화해볼 수도 있다.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산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규제완화와 지원책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구 확장기에 만들어 놨던 규제를 인구 감소 시대에 고집하면 산업뿐 아니라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김규식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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