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서 첫 유조선 공격···호르무즈 이어 에너지 공급망 위기 현실화

미국과 이란이 열이틀째 교전을 이어가며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해역에서 유조선을 공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상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후티가 실제 선박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알슈카이크 남서쪽 약 70해리(약 130㎞) 해상에서 운항 중이던 유조선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사체에 맞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후티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 유조선 2척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후티의 해상 봉쇄령을 위반한 ‘엔셀라(ENCELA)’호와 ‘라이리아(LAYLIA)’호가 표적이었으며,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이번 작전으로 홍해에 진입하던 약 10척의 선박이 뱃머리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후티가 사우디를 상대로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해상 봉쇄를 선언한 후 첫 무력행사다. 후티는 당시 사우디의 항만 및 공항 봉쇄, 사나 공항 공습 등에 보복 의사를 밝히며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후티는 공격에 앞서 “홍해·아덴만으로 향하는 사우디 적국의 모든 선박에 경고한다. 예멘군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표적이 될 것”이라 일대 선박에 통보했다고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전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는 후티의 봉쇄 선언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선박 운항량이 3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까지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란은 에너지 공급 차단 가능성을 언급하며 후티에 보조를 맞췄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22일 엑스에서 “우리가 석유를 팔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그 누구도 석유를 못 팔 것”이라며 “우리 안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어떠한 기반 시설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중앙작전사령부 하탐 알안비야는 “(이란 인프라를 공격하면) 이란군은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되지 않게 할 것이며 역내 모든 석유·가스·전력 및 경제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열이틀째 교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지금부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미국은 교량 또는 발전소 하나를 폭격해 파괴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란 수도 테헤란 내부, 또는 인근에 있는 기반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 남서부와 호르무즈 해협 일대 등을 공습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전투기와 미사일, 병력을 대거 증강 배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2월 전쟁 개전 후 처음으로 미군이 전략폭격기 B-1을 투입해 전날 공격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쿠웨이트·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습으로 맞대응했다. IRGC는 각 기지의 군사 장비 창고,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드론·헬기 격납고 등을 공격했으며 상당수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중재국을 통한 물밑 협상 시도는 가까스로 이어지고 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알자이디 총리는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를 만난 데 이어 이란·튀르키예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알자지라는 “미·이란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이 방문의 목적 중 하나는 중동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이라크 관료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검찰, ‘1억 공천헌금’ 강선우·김경 징역 4년·2년 구형
- 대왕고래 140억 배럴 확률은 0.0002%···윤석열의 ‘대왕 거짓말’
- 역대 대통령 회견 돌아보니···설득·포기로 ‘통’하거나, 변명·강행으로 ‘불통’하거나
- 연 최고 19.4% 이자 주는 청년미래적금 또 열렸다…10월 2차 모집
- 조지아주 한인 변호사 “합법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미 정부 실수 시인하고 사과하게 할
- 연천 한탄강서 초등생 7명 물에 빠져···실종 1명 심정지 이송
- ‘준수한 외모’와 전투력이 무슨 상관?···미 국방장관의 이상한 집착
- 1심 뒤집기 주력하는 오세훈…“그쪽에서 원한 것도 아닌데” 후원자 통화 녹음 증거 채택
- [여론조사 ‘경향’] 국힘, 3개월 만에 민주당 지지율 앞섰다···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
- [단독]원거리 발령뒤 임신 아내와 같이 살았다가 해고된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