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페이커’는 없다”…세계가 인정한 ‘GOAT’ 이상혁의 가치 [EWC 에필로그]
EF “페이커는 위대한 선수, 선정은 당연”
‘GOAT’는 기록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넥스트 페이커’보 더 많은 ‘페이커’ 만들겠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페이커’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고민의 흔적조차 없다. 축구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가 있고, 체스에 마그누스 칼센(36)이 있다. e스포츠를 대표할 이름은 하나뿐이었다. ‘페이커’ 이상혁(30)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인 e스포츠 월드컵(EWC)의 주인공은 단연 이상혁이었다. 경기장에서 크게 울려 퍼진 이름이 ‘페이커’다. 팬들은 그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살아있는 전설’을 향해 뜨거운 환호를 쏟아냈다.
이제 이상혁은 더 큰 무대에 선다. EWC와 국가대항전 e스포츠 네이션스컵(ENC)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공식 앰배서더다. 호날두, 칼센과 함께 각 종목을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최근 파리 EWC 현장에서 만난 마이크 맥케이브 e스포츠 재단(EF) 부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이상혁을 선택한 배경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맥케이브 부대표는 “호날두는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 선수다. 칼센 역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라며 “e스포츠는 ‘페이커’가 역사상 최고다. 앰배서더 선정은 매우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페이커’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우승컵과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EF가 본 이상혁의 가치는 경기력 너머에 있다. 맥케이브 부대표는 “‘페이커’는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라며 “함께 일하기 편하고, 매우 충성도 높은 팬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된 공간 건너편에서는 이상혁이 팬들과 체스를 두고 있었다. 거대한 경기장의 함성과 또 다른 풍경이었다.
맥케이브 부대표는 이상혁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일화도 소개했다. “‘페이커’와 체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선수들의 심박수를 측정해 압박감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화했다”며 “다른 e스포츠 생태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매우 호기심을 보였다”고 떠올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배우고,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태도였다. EF가 이상혁을 e스포츠 전체를 대표할 인물로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혁 역시 앰배서더라는 역할을 명예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감’을 말했다. “많은 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며 “팀원들과 함께하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배웠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 우승자, 월드 챔피언, 살아있는 전설. 이상혁 앞에는 이미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되고, e스포츠 선수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와 같은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 이상혁이 말한 ‘영감’이다.

한국 e스포츠는 오랫동안 ‘제2의 페이커’를 찾고 있다. 이상혁의 뒤를 이을 새로운 얼굴, 새로운 글로벌 스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EF의 시선은 달랐다. 맥케이브 부대표는 “현재 ‘페이커’는 여전히 최고의 선수”라며 “우리는 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뮬러원(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을 예로 들며 “다른 스포츠에서도 예상 활동 연령을 넘어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페이커도 본인이 원하는 만큼 뛰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그다음이었다. EF는 단 한 명의 ‘넥스트 페이커’를 찾지 않겠다고 했다. 맥케이브 부대표는 “‘넥스트 페이커’ 대신 더 많은 슈퍼스타가 탄생하기를 원한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러 선수가 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축구에는 호날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리오넬 메시가 있고, 킬리안 음바페와 엘링 홀란이 있다. EF가 그리는 e스포츠의 미래도 같다. 선수들이 쏟는 노력, 경기에서 감당하는 압박은 타종목과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정과 존중 역시 다르지 않아야 한다.

‘페이커’는 그 길을 가장 먼저 연 선수다. 세계가 한국 e스포츠를 바라보게 했고, 게임 속 닉네임 하나가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는 다음 세대가 더 넓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영감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EF가 선택한 이가 ‘페이커’다. 그리고 EF가 찾는 ‘넥스트 페이커’는 단 한 명이 아니다. 이상혁이 열어놓은 길 위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할 수많은 선수다. ‘살아있는 전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남길 또 다른 유산이 시작되고 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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