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열탕' 변덕날씨 유럽...곡물 수확량 900만톤 감소예상

김나윤 2026. 7. 23. 16: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생오뱅-라-플레인 지역의 옥수수 밭 (사진=연합뉴스)

40℃를 웃도는 폭염이 덮쳤던 유럽이 갑자기 기온이 12℃까지 뚝 떨어지는 '냉탕·열탕'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식량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유럽 곡물·유지종자협회(Coceral)에 따르면 올 6월 서유럽을 강타한 극한폭염으로 밀과 옥수수, 보리, 귀리 등 곡물 생산량이 약 900만톤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네덜란드의 연간 곡물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이 여파로 올해 유럽연합(EU) 27개국과 영국의 곡물 수확량은 201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영국 싱크탱크 에너지·기후정보유닛(ECIU)은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이번 폭염에 입은 곡물 생산 손실액만 약 20억유로(약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채소와 과수, 축산업 피해까지 합치면 경제적 손실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폭염에 특히 피해가 컸던 것은 작물의 생육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꽃가루받이 시기에 고온 스트레스를 받았고, 밀은 알곡이 여무는 시기에 수분 부족을 겪으면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옥수수 생산량만 약 340만톤 줄어 손실액이 8억9100만유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헝가리(240만톤), 스페인(140만톤)도 큰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의 농부 브누아 메를로는 "10년동안 고온·가뭄에 대비해 농장을 바꿔왔지만 올해는 소용이 없었다"며 "38℃가 넘는 더위가 몇 주씩 이어지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고 일부 작물은 생산량이 7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국도 기록적인 건조와 폭염 여파로 봄 작물과 겨울 곡물 생육이 크게 악화됐다. 농민들은 예년보다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 있으며, 농업 전문가들은 올해 수확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의 생산량 감소는 세계 식량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곡물 공급 부족으로 유럽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데, 미국 남부와 서부 역시 심각한 가뭄으로 곡물 생산이 줄어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또 다른 기상 재난이 기다리고 있다. 기상전문매체 '시비어 웨더 유럽'(Severe Weather Europe)에 따르면 대서양 상공의 고기압 변화로 북유럽의 찬 공기가 중부와 동유럽으로 내려오면서 이번 주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4~8℃ 낮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탈리아 북부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는 기온 하강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탈리아 남부와 발칸반도, 그리스 일부 지역에서 평년보다 최대 10~12℃ 낮은 기온이 나타날 전망이다.

밤 기온도 크게 떨어져 일부 내륙은 최저기온이 10℃ 안팎까지 내려가겠다. 장기간 이어졌던 열대야도 상당 부분 해소되겠으나, 폭염 직후 유입된 찬 공기가 지중해의 뜨겁고 습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이탈리아와 그리스, 루마니아, 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강한 뇌우와 집중호우가 예보됐다. 또 전문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가뭄 탓에 이번 비만으로는 토양 수분 부족이나 산불 위험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번 폭염은 유럽 곳곳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 자르브뤼켄은 최고기온 41.3℃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전국 147개 기상관측소에서 6월 최고기온이 새로 작성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해 프랑스에서는 더위를 피해 강과 호수에 들어갔다가 55명이 숨졌고, 차량에 방치된 영유아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 카를로스3세 보건연구소는 이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27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프랑스 국립보건청은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폭염으로 발생한 초과 사망자가 576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