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구 중 9가구가 보험 들었는데…취약계층 가입률은 50% 수준 그쳐

박성준 2026. 7.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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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험시장은 포화 상태다. 하지만 정작 보험이 가장 필요한 저소득층과 고령층은 여전히 보장 밖에 머물러 있다. 취약계층 보험, 이른바 '포용보험'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스스로 굴러가는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 배경이다.

포용보험은 저소득층·고령층·영세 소상공인 등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 필요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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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한국형 포용보험’ 세미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가입률은 52.1% 불과
300억 상생기금 내놨지만 무상지원 한계 명확
“지원 끊기면 보장도 끊겨…자생 시장 가꿔야”
2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초위험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 한국형 포용보험 도입방안과 과제’ 세미나에서 김현수 보험연구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한국의 보험시장은 포화 상태다. 하지만 정작 보험이 가장 필요한 저소득층과 고령층은 여전히 보장 밖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보험료를 깎아주고 무상 가입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재원을 직접 넣는 방식이라 지원이 끊기면 보장도 함께 끊긴다. 취약계층 보험, 이른바 ‘포용보험’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스스로 굴러가는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 배경이다.

보험연구원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초위험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 한국형 포용보험 도입방안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포용보험은 저소득층·고령층·영세 소상공인 등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 필요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험을 말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0%를 넘어섰지만,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취약계층의 민영보험 가입률은 52.1%에 그친다.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70대 이상의 민영 건강보험 가입률은 28.7%로 뚝 떨어진다.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플랫폼 노동 확산, 초고령화 같은 구조 변화가 과거에 없던 위험을 만들어내고, 그 충격이 취약계층에 먼저 닿기 때문이다. 불볕더위로 작업이 중단되면 건설 일용직은 그날 소득이 사라진다. 배달 라이더에게 필요한 유상 운송 종합보험은 보험료가 가정용 이륜차의 6배에 달해 가입률이 26%에 머문다. 홀로 사는 노인 5명 중 1명은 돌봄 공백 상태다.

문제는 시장이 이런 공백을 스스로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험은 과거 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계산하는데, 기후재난 같은 신종 위험은 참고할 통계 자체가 없다. 보험사가 인수를 꺼릴 수밖에 없다. 수요 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은 보험료를 낼 여력이 부족하고, 어렵게 가입해도 청구 절차가 복잡해 보상을 포기하는 일이 잦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올해 3월 5년간 약 2조원 규모의 보험업권 포용금융 추진계획을 내놨다. 생명·손해보험업계도 3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지방자치단체 공모로 취약계층에 무상가입 보험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재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대응은 재원을 직접 투입하는 데 머물러 지원이 멈추면 보장도 함께 멈추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민간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놨던 장애인 전용 보험이 대표 사례다. 수익이 나지 않아 설계사가 판매를 꺼리면서 신계약이 2018년 67건에서 2022년 이후 0건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2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초위험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 한국형 포용보험 도입방안과 과제’ 세미나에서 손성동 RMI보험경영연구소 부소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해외는 기술과 사람을 묶어 답을 찾고 있다. 필리핀은 농어촌 곳곳의 전당포망을 보험 판매 창구로 바꾸고, 모바일 앱에서 세 번의 터치로 가입을 끝내게 했다. 인도는 마을마다 여성 보험 요원을 두고 생명·건강·재산 보장을 연 1500루피(약 2만4000원)에 묶은 초저가 패키지를 보급했다. 디지털로 비용을 낮추되, 현장의 사람이 신뢰를 채우는 방식이다.

손성동 RMI보험경영연구소 부소장은 이런 해외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포용보험이 추락만 막아주는 그물망을 넘어, 쓰러진 취약계층을 다시 일상으로 튀어 오르게 돕는 ‘트램펄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세대별 접근이다. 앱에 익숙한 청년층은 배달앱 등 플랫폼 안에 심은 초소액보험으로, 대면이 편한 고령층은 우체국망과 설계사 조직으로 각각 끌어안자는 것이다. 공급을 늘릴 유인책으로는 포용보험을 파는 보험사의 자본 규제 부담을 덜어주고, 일본처럼 소액·단기 보장만 전문으로 파는 소형 보험사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제언했다.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로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포용보험재단’ 설립을 내놨다. 정부 복지망의 데이터와 보험사를 연결해 보장 사각지대를 정밀하게 찾아내고, 자본이 부족한 소형 보험사에는 공동 전산 인프라를 제공해 시장 진입을 돕자는 구상이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기후위기와 초고령화가 맞물린 초위험 사회에서 빠르게 커지는 위험은 공적 영역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포용보험을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할 수 있는 안전망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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