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년째 창고에 잠든 우편수취함…6천500만원 주민편의사업, 아무도 몰랐다
“담당자 바뀌며 관리 끊겼다” 해명…울릉군 “전수조사 후 필요한 주민에게 배부”

주민 편의를 위해 제작한 우편수취함 수백 개가 사업이 끝난 지 7년 가까이 창고에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더욱이 담당 부서조차 잔여 물량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경북 울릉군의 사후 관리 실태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울릉군 '특산물체험유통타운' 1층 창고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우편수취함 수백 개가 박스째 쌓여 있었다. 일부는 상자가 찌그러지거나 개봉된 상태였고, 장기간 보관된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주민들에게 설치됐어야 할 시설물이 창고 한편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노후 우편함 및 미설치 가구 우편수취함 보급사업'으로, 지난 2019년 2월부터 8월까지 추진됐다. 사업 내용에는 대상 가구 현황조사와 우편수취함 제작·설치, 설치완료 확인까지 포함됐으며 총사업비는 6천5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취재 결과 실제 우편수취함 제작에는 약 6천만원이 집행됐고, 설치를 마친 뒤에도 수백 개가 남아 창고에 방치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행정 내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울릉군은 뒤늦게 창고를 확인했고, 그제야 잔여 우편수취함이 보관된 사실을 파악했다.
우편수취함은 우편물 분실을 줄이고 우편서비스 이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된 주민 편의시설이다. 하지만 사업 종료 후 남은 물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당초 사업 목적도 사실상 달성되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은 "필요한 가구가 있었다면 추가 설치를 했어야 했고, 남는 물량이 있었다면 다른 용도를 찾거나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년 동안 아무도 존재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울릉군 경제교통정책실 경제투자팀장은 "현재 남아있는 우편수취함의 정확한 수량부터 확인한 뒤 필요한 주민들에게 배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담당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잔여 물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준기기자 zoom800@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