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에 목숨 걸어도, 국가는 그러면 안 돼”

곽은영 기자 2026. 7. 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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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려진 환경 영향을 묻다 ②]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AI는 '깨끗한 기술'일까? 사용자 요구에 순식간에 결과물을 내놓지만 그 순간 화면 밖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쓴다. 반도체와 서버를 만드는 과정에서 희귀광물을 채굴하고, 기술 경쟁이 빨라질수록 장비 교체와 전자폐기물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인공지능은 편리하지만 그 뒤로 큰 수고와 비용이 따른다. 광물 채굴 지역 노동자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 주민, 그들의 후손과 수많은 비인간 생명에게도 부담이 나눠진다. 하지만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달리 AI의 환경 영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정부는 향후 3년 안에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에는 어느 정도의 환경 비용이 뒤따를까? AI를 둘러싼 비물질성 신화와 정책 공백,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용수 소비, 광물 채굴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태·사회적 문제를 전문가 눈을 통해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AI는 흔히 '구름 위' 같은 비물질적 산업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반도체와 냉각수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물리적 산업이다. 

정부는 최근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초대형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 시설이 얼마나 많은 전력과 물을 쓰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그 부담은 누가 지게 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AI 산업을 둘러싼 가장 큰 착각으로 '비물질성'을 꼽으며 "놀라운 결과물 뒤에는 그만큼 놀라운 물리적 투입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GW급 데이터센터 한 곳을 냉각하는 데 하루 수만 톤의 물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 국내에는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몇 곳이 있고 얼마나 많은 자원을 쓰는지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김 소장은 동해·강릉처럼 가뭄에 취약한 지역에 GW급 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민 생활용수·농업용수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데이터센터 입지를 정할 때 전력망 연결 가능성뿐 아니라, 물 수용 능력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8.4GW 규모가 국내 AI 산업을 위한 것인지, 해외 빅테크에 서버를 빌려주는 임대사업인지부터 밝혀야 하며, 이 확장 계획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와 양립 가능한지도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AI는 물·전력 삼키는 거대 공장" 

AI가 만든 문장과 이미지에는 무게가 없다. 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이터센터는 발전소 한 기에 맞먹는 전력을 쓰고, 수만 가구가 사용할 물을 냉각에 쏟아붓는다.

정부가 향후 3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이터센터 규모는 8.4GW.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전체 용량의 몇 배에 달하는 시설을 한꺼번에 늘리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 시설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지, 전력과 물은 어디서 가져올지, 늘어나는 온실가스는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병권 소장은 AI를 둘러싼 가장 큰 착각으로 '비물질성'을 꼽았다. "흔히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있다고 표현하는데 마치 구름처럼 가벼운 산업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놀라운 결과에는 그만큼 놀라운 투입물이 들어갑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AI로 설명되는 화면 뒤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송전망과 반도체 공장이 있다. 시설을 짓는 데는 부지와 시멘트, 철강과 구리가 필요하고, 서버와 반도체에는 각종 희귀금속이 들어간다. 가동을 시작하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열과 소음, 폐열을 배출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물 사용 문제는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게 느껴진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인 CPU에는 열을 식히기 위한 팬이 달려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는 일반적인 CPU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더 많은 열을 낸다. 고성능 GPU가 대규모로 밀집한 데이터센터에서는 공기만으로 열을 식히기 어려워 물이나 특수 냉각액을 이용한다.

김 소장은 이를 자동차 엔진의 냉각수에 비유했다. "전기를 많이 쓴다는 것은 열이 많이 난다는 뜻입니다. 그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동원해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디지털 시설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그가 제시한 추산에 따르면 1GW급 데이터센터를 냉각하는 데 하루 약 1만~2만 톤의 물이 필요할 수 있다. 냉각 방식과 기후, 시설 효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5만 가구가 사용하는 생활용수와 맞먹을 수 있는 규모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구상에는 향후 3년 안에 약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계획대로라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막대한 물 수요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 물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 기존 주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뭄 지역에 대형 데이터센터 들어선다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문제를 검증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족에 있다. 김 소장은 국내 데이터센터의 위치와 개수, 시설별 전력·물 사용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물 사용량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존재 자체가 정확하게 공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전력 수전용량과 물 사용량, 전력사용효율(Power Usage Effectiveness, PUE), 냉각 방식, 폐열 처리계획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각하고 남은 폐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하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회수해 지역난방에 활용한다.

김 소장은 "정보 공개는 건설 당시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매년 전력과 물 사용량, 효율 개선과 폐열 활용실적을 보고하고 외부 검증을 받는 체계가 있어야 주민도 시설의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망과 통신망을 이유로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시설 하나의 자원 사용량뿐 아니라 한 지역에 여러 시설이 들어설 때의 누적 영향까지 따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지역 주민 사이의 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물 스트레스와 가뭄 위험이 높은 지역에 들어서면서 주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데이터센터가 GW급으로 커지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김 소장은 동해·강릉 인근에 거론되는 2.4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획을 예로 들었다. 1GW당 하루 1만~2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추산을 적용하면, 하루 수만 톤의 용수가 필요할 수 있다.

강릉은 최근 심각한 가뭄을 겪은 지역이다. 인구 규모와 비교해도 데이터센터 하나의 물 수요가 결코 적지 않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 전 지역 수자원으로 시설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뭄이 닥쳤을 때 주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침해하지 않을지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가 크지 않아 물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GW급 시설이 들어서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민 생활과 농업용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대체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김 소장은 여기에 해당 지역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지, 가뭄이 발생했을 때 주민과 산업 가운데 누구에게 물을 우선 배분할 것인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연결 가능성만 따져 데이터센터 부지를 정할 것이 아니라 물과 토지, 지역 환경을 포함한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액침냉각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업계는 물 사용을 줄일 대안으로 액침냉각과 냉각수 재이용 기술을 제시한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액체에 서버 장비를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물을 사용하더라도 냉각수를 다시 식혀 순환시키면 새로운 취수량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분명 물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대형 데이터센터에 경제성 있게 적용할 만큼 충분히 상용화됐는지다. 

김 소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대형 데이터센터에 감당할 만한 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하며 "기술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대규모 시설부터 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북유럽의 차가운 기후를 활용하거나 해저 데이터센터를 실험하는 것도 냉각 문제가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추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냉각 에너지를 줄일 수 있지만 대규모 전력 조달이 과제가 된다. 해저 시설 역시 냉각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건설과 유지·보수 비용이 커진다.

김 소장은 "냉각 문제가 해결됐다면 기업들이 굳이 바닷속이나 북극권 가까이까지 시설을 옮기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왜 전력·물·온실가스 부담 떠안는지 따져봐야"

김 소장은 데이터센터에 물과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논의하기 전에 더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왜 필요한지에 관해서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전체 데이터센터의 전력 용량은 약 2.4GW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불과 3년 안에 현재 누적 규모의 3~4배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가 새로 들어서는 셈이다.

국내 AI 서비스 수요가 같은 기간 그만큼 증가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국내 이용자가 사용하는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AI 서비스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된다.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전통적인 AI 클라우드 사업자보다 건설·통신·인프라 기업에 가깝다. 새 시설이 국내 AI 산업을 위한 것인지, 해외 빅테크에 서버 공간과 전력을 빌려주는 임대사업인지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몇 배를 3년 안에 지어야 할 만큼 국내 수요가 늘어날까요? 해외 사업자에게 임대하기 위한 시설이라면 한국이 왜 전력과 물, 온실가스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임대형 데이터센터라면 수익은 일부 기업에 돌아가지만, 발전 과정의 온실가스와 물 부족, 송전망 부담은 국내에 남는다. 여기에 정부가 전용 전기요금이나 기반시설까지 지원한다면 공공자원을 활용해 민간기업의 임대수익을 지원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데이터를 보호하고 한국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는 시설이라면 필요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공급량과 지역의 물 수용능력 안에서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AI 확대와 온실가스 40% 감축, 양립할 수 있나

김 소장은 8.4GW 규모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와 양립 가능한지도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정부에는 AI 산업 육성만큼 분명한 또 다른 과제가 있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일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단순 추산한 결과 1GW 데이터센터를 현재 국내 전력망으로 가동하면 연간 약 300만~50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8.4GW에 적용하면 연간 2500만~4200만 톤 규모의 추가 배출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배출량은 데이터센터의 가동률과 전력배출계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매년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형 전력 수요원이 들어서는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김 소장은 정부의 데이터센터 확대계획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획에 전력량, 재생에너지 조달계획, 추가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방안이 동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연간 25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추가되면 다른 부문에서 그 이상을 줄여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단지까지 포함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AI 산업을 키우는 것도 국가의 과제지만 기후위기를 막고 법정 감축목표를 지키는 일 역시 정부의 의무다. 데이터센터 확대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가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상쇄할 것인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효율 좋아져도 총사용량은 늘어난다

AI는 기후위기 대응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날씨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망을 효율화하며, 복잡한 환경 자료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 소장은 녹색전환연구소도 연구에 AI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기능이 AI 전체의 환경 부담을 상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도체와 알고리즘의 효율이 높아져도 이용량이 급증하면 전체 자원 소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효율 향상이 소비 확대를 부르는 이른바 '제번스 역설'이다.

최근 AI가 단순 문답에서 추론형 AI와 에이전트 AI로 옮겨가는 흐름은 이 역설을 더 키운다. 추론형 AI는 질문 하나에 내부적으로 여러 번 검색하고 답을 검토하며, 에이전트 AI는 다른 AI나 외부 도구를 호출해 작업을 반복한다. 사용자는 한 번 질문했을 뿐이지만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십 차례의 연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PUE와 반도체 효율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물, 자원의 총량을 국가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자원 소비가 가격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서비스가 무료이거나 월 20달러 안팎이라는 점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원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AI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위해 실제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AI 기업의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누적되는 현상 자체가 서비스 제공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 소장은 "막대한 전력과 물, 반도체를 쓰는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값싼 서비스일 수 없다"며 "경쟁이 끝나고 시장이 소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낮은 가격만 보고 AI를 무제한 사용해도 되는 서비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흥미를 위한 이미지·영상 생성까지 모두 필요한 사용으로 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유용하다는 사실과 모든 AI 사용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AI 산업을 둘러싼 과장된 언어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 다리오 아모데이, 젠슨 황 등 업계를 이끄는 인물들을 선지자나 학자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다. 이들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다. 그들의 발언에는 기술 전망뿐 아니라 자사의 시장과 제품 판매를 확대하려는 목적이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권과 미디어는 기업인의 전망을 피할 수 없는 미래처럼 받아들이고 산업의 부정적 영향은 충분히 검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게 김 소장의 비판이다.

"기업 CEO는 객관적인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말을 미래에 대한 예언처럼 받아들이면 AI의 방향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발전소급 시설인데 환경 규제는 없다

김 소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기술이 사회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데이터센터 전체 규모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시설을 3년 안에 추가하겠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AI 정책에서 환경이 사실상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GW급 데이터센터는 대형 발전소 한 기와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를 환경적으로 특별한 시설로 관리할 별도의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 AI 기본법과 액션플랜,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은 산업 육성과 시설 확대에 무게가 실렸고, 전력과 물, 온실가스, 환경영향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그린 AI 원칙과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부처마저 규제와 감시보다 산업 지원 역할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김 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특별 환경관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과 물 사용량, 에너지효율, 폐열 활용계획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입지와 건축 단계에서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AI 관련 제도는 AI가 경제 발전과 인권뿐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효율법에 데이터센터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재생에너지 조달과 효율 개선, 폐열 활용, 정기적인 정보 보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친환경 전력과 컴퓨팅 산업을 연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원전 한 기에 가까운 전력을 쓰는 시설을 일반 상업시설처럼 취급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제도가 없으면 시설을 먼저 지은 뒤 주민 갈등이 터지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별도의 입지와 건축, 환경 규정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AI에 목숨 걸어도 국가는 그러면 안 돼"

김 소장의 우려는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이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AI 하나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하는 메모리는 국내 데이터센터보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된다. 새 데이터센터는 국내 산업보다 해외 클라우드 기업에 임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자 AI 모델 사업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나의 AI 전략으로 묶었지만 국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이 석유화학과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같은 녹색산업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세상에 AI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철강도 필요하고 기계도 필요하며 녹색산업도 필요합니다. AI 거품이 꺼지거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은 다른 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국가의 실패 비용은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국가는 특정 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환경, 사회 전체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수십 년간 디지털과 금융 산업을 앞세우면서 제조업 기반을 잃었습니다. 이후 제조업을 자국으로 되돌리려 했지만 이미 해외로 넘어간 공급망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AI에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국가는 환경과 산업 전체의 균형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