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 안주는 '관행', 13년간 방치한 금융위

이상원 2026. 7. 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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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감사원 지적에도 법률 명시 안됐단 이유로 이자 안줘
청약증거금에도 이용료 지급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번번이 무산
금융위, 이용료 지급방안 하반기 마련키로...개정 방법은 고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1년차 주요 성과 및 주요 추진과제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모주 청약을 위해 증권사에 수천만원을 맡겨둬도 이자 한 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함은 개선될까.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하반기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청약증거금에도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과 의문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이를 '불합리한 관행'으로 표현했는데, 불합리한 관행을 방치한 것 역시 금융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말하는 관행의 근거는 법률규정의 불명확성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도록 하는 내용만 규정하고 있다.

예치한 투자자예탁금에 이자(이용료)를 지급하는 규정은 법률이 아니라 하위 행정규칙(금융투자업규정)에 담겼다. 금융투자업규정은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협회에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자자에게 투자자예탁금의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다시 금투협에 위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투자자예탁금에 이자를 줘야하지만, 문제는 투자자예탁금에 '청약증거금'이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금투협 규정인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투자자예탁금에 △위탁자예수금 △집합투자증권투자자예수금 △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을 나열하고 있다.

이 중 위탁자예수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 뿐아니라 공모주청약을 위해 맡긴 돈도 포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관행적으로 공모주청약증거금을 위탁자예수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주를 배정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납입하는 '계약금' 성격으로 일반 투자자예탁금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해석으로 그동안 공모주 청약증거금에는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반면 증권사와 이를 예탁받은 한국증권금융은 거액의 단기자금을 굴리며 이자수익을 누려왔다.

2013년 감사원이 처음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당시 감사원은 청약증거금에 대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 미지급이 '불합리'하다며 금융위원장에게 금투협회로 하여금 규정을 개정하도록 하는 등 "이용료 지급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 후에도 관련 금투협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약증거금 부분은 법률개정사항이어서 금투협 규정 개정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2013년 이후 지금껏 정부입법안 등 정부주도의 법률 개정시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당국 개선 의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법개정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실제 법개정까지 이르진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6월 투자자예탁금 범위에 청약증거금을 추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계류되다 법안이 폐기됐다. 이 의원은 2년 뒤인 2024년 6월에도 동일한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이번에도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2년 째 계류중이다.

늦었지만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 청약증거금 이용료 지급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예탁금에 이용료 명목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공모주 쪽에서도 운용이익과 청약과정에서의 비용을 봤을 때 자금을 낸 개인에게 이익을 다시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원입법안이 계류중인데 금융투자회사 업무규정을 바꿀지, 법률 개정으로 추진할 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투자자예탁금의 정의에 청약증거금을 명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위가 법개정을 할 지 법개정 없이 규정을 바꿀지를 판단하면, 금투협도 그에 따라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문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입법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기준 연간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53조8625억원이고 이를 예탁받은 한국증권금융이 증권회사 등 금융투자회사에 지급한 이자와 운용수익은 1조939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투자자에게 지급된 이용료는 4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4724억원이다.

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 634건을 통해 투자자가 낸 청약증거금은 총 1650조7921억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한국증권금융과 증권사들에게 발생한 예치수익은 약 105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청약증거금에 대해 투자자에게 지급된 이용료는 0원이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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