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검은 연기 치솟고 주민들 비명…순식간에 아수라장 된 경산 아파트

임재환 2026. 7. 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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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하는 폭발음 3번 들린 뒤, 검은 연기 치솟아
몸에 불 붙은 주민들 '살려달라' 외치며 나와…바닥에 쓰러진 채 의식 잃어
23일 오전 8시 29분쯤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감식반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 사고로 관리사무소 직원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의 방화로 추정되는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면서 평온했던 단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인명 피해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며 그동안 이어진 갈등을 떠올렸다.

23일 오전 찾은 경북 경산시 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최초 발화 지점인 관리사무소 주변에는 화재가 남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관리사무소 내부는 단순히 그을린 수준을 넘어 벽면과 천장, 집기 대부분이 새까맣게 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화재 현장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경찰과 소방, 경산시청 관계자들은 현장을 분주히 오가며 감식을 이어갔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오전 8시 29분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펑'하는 폭발음이 세 차례 들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관리사무소 문틈 사이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고, 옷자락에 불이 붙은 주민들은 "살려달라"고 외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던 일부 주민은 옷에 불이 붙자 다급히 인근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몸에 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이미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피해 주민들은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50대 피해자의 남편인 A(60대) 씨는 "관리사무소로 간다던 아내가 들어오지 않아 나가봤더니 폭발음이 들렸고 불길이 보였다"며 "내부에 들어가 보니 바닥에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끝을 잇지 못했다.

사고를 목격한 이곳 주민들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갑작스러운 폭발과 화재를 눈앞에서 지켜본 이들은 평범한 아침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뀌었다며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주민 B(55) 씨는 "아파트 운영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방화를 저지를 수 있느냐"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인데 집안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은 평소 아파트 운영과 관련해 불만이 많았던 주민 유모(71) 씨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유 씨는 최근 치러진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선출 등을 놓고 관리사무소 측과 이전부터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파트 예산 집행과 관련한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총 8명이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3명은 전신중증 화상을 입고 '긴급환자'로 분류됐으며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CCTV 영상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