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AI 투자의 역설…잘 벌고 있지만 현금은 마른다
알파벳, 클라우드 매출 82% 급증에도 잉여현금 59억달러 적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으로 미국 빅테크의 매출과 영업현금흐름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잉여현금흐름(FCF)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분석했다. AI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투자 부담이 기업가치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금융정보업체 LSEG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 오라클 등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에는 자본지출(CapEx)이 잉여현금흐름을 넘어설 전망이다.
빅5 기업들의 2027년 영업현금흐름은 2025년보다 연간 약 34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본지출은 5340억달러 증가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를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로 창출되는 현금 1달러당 1.57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실제 이날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다시 상향했다. AI 수요에 힘입어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82% 급증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59억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AI 투자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막대한 설비투자로 현금창출 능력은 당분간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빅테크 '가벼운 플랫폼'→ '자본집약 기업'
AI는 빅테크의 사업 모델 자체도 바꾸고 있다.
셰이 볼루어 퓨처럼에퀴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AI가 빅테크의 사업 모델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매출이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자산경량(asset-light) 플랫폼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광고, 클라우드 사업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규모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이 AI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의 투자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LSEG에 따르면 5개 기업의 올해 자본지출 예상치는 올해 1월 4850억달러에서 7월 7300억달러로 불과 6개월 만에 50% 이상 늘었다.

AI 성과는 나타나지만…현금흐름은 압박
AI 투자 효과는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AI 수혜가 집중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2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직전 분기 증가율(63%)보다도 크게 빨라졌고, 시장 예상치(64%)도 크게 웃돌았다.
세계 3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구글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과 학습, 서비스 운영을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앤트로픽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사업의 연간 매출 규모(run rate)가 37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8%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AI 매출보다 현금창출 능력에 쏠리고 있다.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59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는데 상장 이후 분기 기준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활동으로 391억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구축 등에 449억달러를 투자하면서 59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회계연도 2분기 영업현금흐름이 358억달러였지만 자본지출은 375억달러에 달했다. 아마존 역시 최근 12개월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30% 증가한 148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12억달러까지 줄었다.
"AI 수익화 못하면 투자 사이클 의문 커질 것"
현재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감당할 만큼의 잉여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AI 투자 확대가 장기화되고 수익화가 늦어질 경우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레디 라브릭 윈스럽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 트레이더는 "향후 2~3년 안에 AI가 실제로 추가 매출을 창출하고, 이익률을 높이며, 현금흐름을 개선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시장은 AI 투자 사이클이 지나치게 확대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발표 이후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큰 투자 확대가 장기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과 현금흐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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