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질주 에이피알, 성장공식 신사업서도 통할까

메디큐브와 홈뷰티 디바이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성장한 에이피알이 병원용 에너지 기반 미용 의료기기(EBD)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기존 성장공식이 신사업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화장품과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입증한 브랜드 경쟁력과 글로벌 유통 전략이 인허가와 임상, 의료진 네트워크가 핵심인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934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사업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에이피알의 성장 배경으로는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빠른 제품 출시, 글로벌 유통망 확대가 꼽힌다. 메디큐브는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아마존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까지 입점을 확대했다. 최근 열린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도 메디큐브 제품 11개가 뷰티 카테고리 톱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온라인 경쟁력도 입증했다.
국가별 맞춤형 유통 전략도 성장 동력이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시장으로 판매망을 넓혔고, 향후 중남미 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국내 화장품 ODM 생산 기반을 활용해 트렌드 변화에 맞춘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글로벌 유통망과 결합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성장공식을 바탕으로 에이피알은 올해 하반기 병원용 EBD 출시를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의료기기로 넓히고 있다. EBD는 고주파(RF)와 초음파(HIFU), 레이저 등 에너지를 활용해 피부 탄력 개선과 리프팅 효과를 내는 전문 미용 의료기기로, 고령화와 안티에이징 수요 확대에 힘입어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글로벌 EBD 시장이 지난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7.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의료기기 시장은 화장품과 사업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존 성공공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장품은 브랜드와 마케팅, 유통력이 성패를 좌우하지만 의료기기는 국가별 인허가와 임상 근거 확보, 품질관리, 의료진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제 에이피알이 함께 추진 중인 PDRN 기반 스킨부스터는 의료기기 4등급에 해당해 인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출시 시점도 내년 말에서 2028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규제 대응 능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후발 K뷰티 기업들의 추격도 변수다. 구다이글로벌과 달바글로벌, 더파운더즈 등 이른바 ‘넥스트 에이피알‘로 불리는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우며 글로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화장품과 홈뷰티 디바이스에서 검증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와 성장세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큐브 관계자는 “화장품과 AGE-R 홈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서 검증한 글로벌 성장 전략은 EBD 사업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는 R&D 역량과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신속하게 상용화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EBD는 화장품이나 홈 뷰티 디바이스보다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시장인 만큼 임상 데이터 축적과 과학적 검증, 품질 및 규제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