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 뚫고 장갑차를 공중으로 몬 소령, 우크라軍 총사령관 됐다
2025년 6월 러 미사일에 훈련소 신병 40여 명 죽자, “내 책임” 육군 총사령관직 사임
드론과 IT 기술의 적극 활용 선호....“혼자 개혁하기엔 한계” 전망도

2014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에서 친(親)러 성향의 빅토르 페도르비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했다. 야노코비치는 그 전해 말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로 인해 수도 키이우의 광장(maidan)를 비롯한 전국에선 이른바 대대적인 ‘유로마이단(Euromaidan)’ 친(親)서방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야노코비치는 러시아로 야반도주했지만, 곧 동부 도네츠크ㆍ루한스크주, 남부 도시 마리우폴 등에선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무장 봉기가 시작됐다.
마리우폴의 친러 무장세력은 경찰서와 정부 건물을 장악하고 인질들을 붙잡고 있었다. 이때 곤경에 처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도와 테러 진압 임무를 맡은 사람이 당시 31세의 제72 기계화여단의 미하일로 드라파티 소령이었다.
러시아의 제2차대전 전승기념일인 5월9일, 드라파티는 병력을 이끌고 마리우폴로 향했지만,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는 친러 무장세력이 세운 타이어와 철제 장애물들로 가로막혀 있었다. 드라파티가 탄 소련제 BMP-2 보병전투장갑차가 멈췄다가는 곧 포위되고 무장세력의 RPG(대전차로켓발사기) 공격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전병이 “앞에 바리케이드가 있다”고 하자, 드라파티는 “끝까지 밟아”라고 지시했다. 결국 그가 탄 선두 장갑차는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시내로 진입했고, 이 영상은 당시 전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이 됐다. 드라파티는 포위된 정부군을 탈출시켰고, 우크라이나군은 결국 마리우폴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면의 주인공이었던 드라파티가 22일 약 9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그의 나이 43세.
드라파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최대 철광석 생산지인 내륙 도시 크리비리흐를 끝내 지켜냈다. 이곳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 남부의 주요 도시인 헤르손 탈환에도 참여했다. 2024년엔 육군 총사령관이 돼, 군 내부의 부패 척결을 추진했다.
그는 전임 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60)와는 달리, 전 국방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35)와 마찬가지로 개혁 성향이다. 페도로프와 마찬가지로, IT 기술과 드론 활용에 적극적이며 현장 중심의 지휘를 중시한다. 페도로르와 시리스키는 군 개혁과 첨단 기술의 전투 활용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결국 잇달아 해임됐다.
드라파티는 또 시르스키와 같이 소련 시절에 잔뼈가 굵은 장군 세대가 아니라, 2014년 이후 계속된 친러 세력과의 내전을 통해 성장한 젊은 세대다.
드라파티는 ‘책임을 지는’ 지휘관으로,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젊은 지휘관들에게 인기가 높다.
2025년 6월1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 공격으로 중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의 한 훈련소에서 40명 이상의 신병이 사망했다. 당시 육군 총사령관이었던 드라파티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자신이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매우 보기 드문 장군의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지만, 군 지휘부 상당수가 소련식 군사교육을 받았고, 조직 문화의 뿌리도 러시아군과 같다.
드라파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런 비효율적인 ‘소련식 군대문화’를 척결해야 한다.
하급 장교가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거나 질문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지나친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도 그 중 하나다. 아래에서 문제 제기를 못하니, 실수에서 배우는 것도 없다. 반면에 서방에서는 상관이 ‘임무’를 부여하고, 현장 지휘관은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하는 ‘임무형 지휘(mission command)’를 한다.
드라파티는 또 사단→여단→대대→중대에 이르기까지 상급부대장이 세부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는(micromanage) 문화를 비판한다. 이런 명령 체계에선 드론으로 전장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현대전에서 대응이 매우 늦을 수밖에 없어, 드라파티는 하급 장교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해를 축소하거나 허위로 보고하고, 작전 실패를 숨기고, 상관이 좋아하는 보고만 올리는 문화도 전형적인 소련군 문화라고 비판했다.

또 비판가들은 전임 총사령관 시르스키가 정면 돌파를 선호했고, 이에 따라 병사들의 희생을 너무 쉽게 감수했다고 비난한다. 이는 현재 러시아군이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펼치는 ‘병사들을 고기처럼 갈아 넣는’ 미트 그라인더(meat grinder) 전술과 궤를 같이 한다.
드라파티는 작년 6월 훈련소 신병 대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 총사령관 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반대 의견을 내기를 두려워하고 처벌받을까 숨기고, 문제를 덮고, 지시만 기다리고 형식적으로만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두려움의 문화’를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나는 육군에서 그런 문화를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비극이 재발했다는 것은 내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를 당시 그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투에만 집중하라”며, 합동군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그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 올랐다.
드라파티는 앞으로 하급 지휘관에게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고, 드론과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는 현대전에 맞는 유연한 지휘를 중시하고, 현장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실패나 문제를 숨기지 않고 인정하는 문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 대한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그에게 ‘기적’을 기대한다는 우려도 높다. 군 총사령관 한 명이 바뀐다고, 우크라이나 군내에 만연한 ‘소련군식’ 문화가 곧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많은 전문가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구조적 갈등, 동원 제도 개혁 등은 총사령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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