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中 AI 저가·고성능 공습에 美모델 울고 칩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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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이른바 '딥시크 충격'을 겪었던 미국 뉴욕 증시가 중국 인공지능(AI)의 빠른 추격으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다. 문샷AI 등 중국의 스타트업과 알리바바 등 대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AI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미국 중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AI 모델을 사용하는 자국 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2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오픈소스 AI와 이에 따른 혁신을 지지하지만 미국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사냥터 개방까지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기업들이 은밀하게 IP 절도의 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제재와 수출통제 명단 등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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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AI ‘키미 K3’, 챗GPT·클로드급 성능 과시
반년 내 홍콩 상장 추진...中정부도 전폭 지원
딥시크·알리바바·즈푸 등 美와 격차 2~3달
뉴욕 증시도 ‘휘청’...‘AI 모델 vs 메모리’ 희비
“베끼지 마라”...개방성 강점이나 투자력 의문

지난해 1월 이른바 ‘딥시크 충격’을 겪었던 미국 뉴욕 증시가 중국 인공지능(AI)의 빠른 추격으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다. 문샷AI 등 중국의 스타트업과 알리바바 등 대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AI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미국 중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대체로 저가에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오픈소스(개방형)로 이를 공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코드 소스를 완전히 폐쇄한 채 대규모 투자로 승부를 보는 미국 기업들의 서비스 구조와는 판이하게 다른 전략이다. 중국 AI 기업들은 나아가 기업공개(IPO)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추가 실탄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AI 모델 경쟁 구도를 한층 확대하면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수요 확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제미나이’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챗GPT’의 오픈AI, ‘클로드’의 앤트로픽 등 AI 모델 기업들의 주가는 경쟁 과열로 인한 부담을 더 떠안게 됐다. 중국 회사들의 굴기가 거세질수록 미국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투자 판단도 다소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월가는 무엇보다 키미 K3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미국의 주요 AI 모델들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성능 분석 업체 아티피셜어낼리시스는 키미 K3의 지능 지표를 57점으로 매기면서 현존하는 모델 가운데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60점)’, 오픈AI의 ‘GPT-5.6 솔 맥스(59점)’와 ‘GPT-5.6 솔 엑스하이(58점)’에 이은 4위로 평가했다. 이는 스페이스XAI의 ‘그록 4.5(54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뮤즈스파크 1.1(51점)’, 구글의 ‘제미나이 3.5 플래시(50점)’를 뛰어넘는 성능이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K3는 출시 당일 AI 시스템 평가 플랫폼인 아레나의 웹 개발 작업 능력 평가 순위에서 1679점을 얻어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1631점)까지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레나의 창립자인 이온 스토이카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전에는 중국 AI 모델이 미국의 최상위 모델보다 6∼9개월 뒤처졌다고 봤는데, 현재는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블룸버그통신은 19일 문샷AI가 6개월 안으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문샷AI는 연초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검토하면서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골드만삭스와 상장 주관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준으로 문샷AI의 연환산매출(ARR)은 3억 달러(약 4500억 원)에 이른다. 올 4월 기준 2억 달러(약 3000억 원)에서 두 달 만에 50%가 더 늘었다. 이달 17일 키미 K3 출시 이후에는 하루 매출이 6배 이상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문샷AI의 현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약 45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문샷AI는 기업가치 315억 달러(약 47조 원)로 진행하는 현 투자 유치 작업을 마치는 대로 500억 달러(약 74조 원) 몸값을 목표로 한 후속 투자 라운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는 IPO 직전 마지막 투자 유치 과정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AI 패권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 업체는 문샷AI뿐이 아니다. 지난해 1월 AI의 저가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딥시크, 알리바바, 미니맥스, 즈푸(Z.AI) 등도 중국 AI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알리바바도 19일 자사의 차세대 AI 모델인 ‘큐원 3.8 맥스’의 체험 버전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2조 40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이 모델을 두고 “큐원의 성능은 현존 1위인 클로드 페이블 5에 이은 2위”라고 주장했다. 매개변수만 놓고 보면 1조 6000억 개인 딥시크의 ‘V4 프로’나 7440억 개인 즈푸의 ‘GLM-5’보다 규모가 크다.
올해 첫 투자 조달에서 500억 위안(약 11조 원) 이상을 모은 딥시크도 2차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딥시크는 내년 본토 상하이 증시 데뷔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즈푸가 중국산 반도체만 1만 개 이상 사용한 1기가와트(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완료하고 일부 가동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1GW는 약 75만 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AI 연구기업이 구축한 서버 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AI 반도체 기업으로는 화웨이, 캠브리콘 등이 있다.
즈푸는 올해 초 홍콩 증시 IPO와 후속 주식 매각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즈푸가 올해 매출 목표를 이달 이미 조기 달성했다며, 연환산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즈푸는 이달 초 4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중국 정부도 이들 업체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퍼붓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전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약 2조 위안(약 437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센스타임, 캠브리콘, 화웨이, 무어스레드 등 중국 AI 반도체 관련 기업 20여 곳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협력 프로젝트 ‘은하계획’을 발족했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20일 키미 K3가 컴퓨팅(연산 처리)보다는 저장에 중점을 둔 모델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앞으로 상당한 양의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미 K3가 구동되려면 2조 8000억 개의 매개변수가 모두 메모리에 저장돼야 하는데, 저정밀도 데이터 형식으로 압축하더라도 1.4테라바이트(TB)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AI 모델의 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딥시크 열풍 때와는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 보도 이후 21일 뉴욕 증시에서는 AI 모델 관련주와 반도체 주식이 완전히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엔비디아(1.97%), 브로드컴(2.21%),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13.75%), 마이크론(12.17%), AMD(8.11%), 인텔(8.64%),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7.39%), 램리서치(4.97%), 샌디스크(14.27%) 등 대다수 반도체 관련주들이 크게 뛰어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1.13%), 아마존(-0.98%), 구글 모회사 알파벳(-1.38%),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0.32%) 등 비(非)반도체 AI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은 상승장에서도 내린 것이다.
비상장사인 오픈AI의 몸값도 장외시장에서 덩달아 뛰었다.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자 앤트로픽에만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일종의 위험 분산 성격으로 이 업체에도 관심을 보이게 된 까닭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오픈AI 기업가치는 9330억 달러(약 1380조 원)로 3개월 동안 20%나 올랐다. 오픈AI의 주식이 그동안에는 앤트로픽에 밀렸다는 판단 아래 지난 3월 인정받은 기업가치 8520억 달러에서 1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다가 다시 웃돈이 붙게 됐다는 보도였다. 오픈AI는 올 10월 상장을 추진하는 경쟁사 앤트로픽과 달리 경영 문제로 내년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2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오픈소스 AI와 이에 따른 혁신을 지지하지만 미국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사냥터 개방까지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기업들이 은밀하게 IP 절도의 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제재와 수출통제 명단 등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상위 AI 모델 답변을 데이터로 삼아 자사 모델을 훈련하는, 이른바 ‘증류’ 기법을 썼다는 주장이었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대다수 폐쇄형 AI 개발사들은 이 같은 무단 증류를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도 같은 날 X에서 “문샷AI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을 증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문샷AI는 미국 모델에 대한 대규모 증류를 수행할 수 있는 정교한 내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비판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문샷AI가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 기반 AI 슈퍼컴퓨터 ‘GB300’을 이용해 AI 모델을 훈련했다며 태국에서 해당 설비에 접속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새러 헥 앤트로픽 공공정책 총괄 역시 크라치오스 실장의 발언을 두고 “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며 “불법적이고 적대적인 데이터 추출은 IP 침해, 산업 스파이 활동, 적국의 군사·정보 능력을 강화하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류창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크라치오스 실장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사실무근”이라며 “미국 인사들은 중국 AI 산업의 발전 성과를 비방하거나 깎아내리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중국 AI의 발전 속도는 최근 소강 상태에 빠진 미중 갈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희토류, 대두 구매 등 중국의 무역 무기에 맞설 미국의 최대 카드가 사실상 AI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21일 올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AI 회동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24일 미국 방문 전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은 베선트 장관이 이끌 예정이다.
키미 K3가 촉발한 미국 AI 위기론이 지난해 딥시크 열풍 때처럼 반짝 이벤트로 끝날지에 대해서는 월가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분위기다. 월가 일각에서는 비싼 사용료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오픈AI나 앤트로픽의 폐쇄형 AI 모델 대신 중국산 공개 제품을 선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의 딘 볼 미래전략책임자도 17일 X에서 “오픈소스 모델이 전 세계 생태계를 지배하도록 둘 경우 이는 디스토피아적인 ‘AI 공산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18일에는 “키미 K3가 매우 좋은 모델이고 증류 같은 것으로는 성능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고도 평가했다.
반대편에서는 중국 AI도 결국 비용과 수익 압박을 완전히 벗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중국 기업들이 투자금과 메모리반도체 부족 때문에 미국과의 경쟁에서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의 조달액을 전부 합쳐도 올해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투자 약정을 받은 오픈AI 한 곳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었다.
중국 AI의 굴기가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협할 수준까지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중국에서 전해지는 소식이 한동안 미국 AI 관련주의 희비에 영향을 끼칠 공산은 매우 커 보인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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