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이 차려준 따스한 밥 한상…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 아른거려[사랑합니다]

2026. 7. 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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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할아버님,할머님과 고총사촌누님
할아버님, 할머님(앞쪽)의 생전 모습.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의 마음속에는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이 있다. 그것은 대개 화려했던 순간들이 아니라, 아주 평범하고 소박했던 날들의 온기다. 어린 시절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밥 짓는 냄새, 가족들이 둘러앉아 웃음 짓던 저녁상, 그리고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던 손길 같은 것들 말이다.

내게는 큰고모님과 작은고모님, 두 분의 고모님이 계셨다. 큰고모님께서는 외동딸 하나를 두셨고, 작은고모님께서는 3남 1녀를 두어 늘 북적이는 집안 속에서 자녀들을 키워내셨다. 그 집안의 맏딸이 바로 내게는 고종사촌누님이다.

누님은 가끔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한다. 국민가수 인순이가 어린 시절 누님의 소꿉친구였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수이지만, 누님에게는 그저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 친구였다는 사실이 내게는 신기하고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큰고모님과 작은고모님까지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형제자매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들도 어느새 아득한 옛 풍경처럼 멀어져 버린 듯하다.

그런 아버지께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바로 고종사촌누님이다. 누님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시골까지 내려와 손수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신다. 도토리묵, 잘 익은 김치, 고구마묵, 손만두 같은 음식들. 값비싸고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가족의 기억과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음식을 한입 드실 때마다 조용히 말씀하신다.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난다….” 그 말 속에는 긴 세월 동안 쌓여온 그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어린 자식들 먹이려고 새벽부터 부엌을 지키시던 할머니의 모습, 따뜻한 밥상 위로 피어오르던 하얀 김, 가족들이 둘러앉아 웃음 짓던 소리까지도 음식 냄새를 따라 마음속으로 다시 돌아오는 듯하다.

고종사촌누님이 당신 어머님과 찍은 사진.

누님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시는지, 늘 조용한 정성으로 마음을 건네주신다. 그러면 아버지 얼굴에는 잠시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번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이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누님 덕분에 오래전 할머니의 손맛과 추억을 가끔이나마 다시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산과 들을 다니시며 계절마다 캐 오시던 나물과 간식거리들, 가족들을 위해 한평생 정성을 다하시던 할머니의 사랑이 누님의 손끝을 통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아마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화려했던 기억보다도, 누군가 자신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차려주던 사랑의 순간들을 더 오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감사드린다. 그 시절의 정을 잊지 않고 이어주시는 누님께. 그리고 우리 가족의 따뜻한 시간을 지켜주셨던 할머니께.

양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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