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픈이노베이션 확대될수록 커지는 스타트업 기술 노출 위험…공개 범위부터 정해야
상생협력법 제21조의2, 비밀관리 기술자료 제공받는 날까지 비밀유지계약 체결 규정
계약서 한 장으로 끝 아니다…정보자산·접근권한·내부 보안체계까지 갖춰야
공동개발 성과 권리부터 기술자료 임치까지…협업 전 기술보호 전략 필요

스타트업에게 기술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투자 유치부터 대기업과의 공동개발, 개념검증(PoC)과 실증, 사업제휴, 납품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면 역설적으로 자신이 가진 기술을 외부에 설명해야 한다. 기술의 가치를 보여줘야 협업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소스코드와 설계도, 연구 데이터, 공정 노하우, 사업계획 등 핵심 정보가 외부로 나가는 순간 기술 노출 위험도 함께 커진다.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FPRO 2026 부대행사 ‘AGRI INNOVATION HUB’는 이 같은 스타트업의 고민을 ‘협업’과 ‘기술보호’라는 두 축에서 짚었다. 행사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보호 전문가 강연과 대·중견기업 담당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동향과 협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는 1부 기술보호 세미나와 2부 대·중견기업 리버스 피칭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PPIA(개인정보보호 전문강사협회) 소속이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보호 전문가로 소개된 강윤원 전문가가 ‘NDA부터 기술보호까지 스타트업 실무 가이드’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이 강조한 핵심은 기술을 잘 만드는 것만큼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식별하고 실제로 보호하고 있다는 기록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NDA(Non-Disclosure Agreement·비밀유지계약) 역시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기업과 투자자, 외부 개발사 등과 기술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접점도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보호해야 하고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미리 정하는 것이 기술보호의 출발점이다. 강연에 나선 강 전문가는 “기술보호를 기술자료 자체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적 보안과 전자문서, 연구·개발 정보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 대상은 전형적인 기술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구노트와 설계도면, 생산 레이아웃, 소스코드, 데이터뿐 아니라 견적서와 사업계획서, 거래처 목록 등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영상 정보 역시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업 내부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보가 법률상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일반적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비공지성’,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유용성’,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비밀관리성’ 등의 요건이 중요하다. 기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접근 제한과 권한 관리 등 실제 보호조치를 해왔는지가 관건이다.
특허와 영업비밀도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보호수단이라기보다 기술 특성과 사업전략에 따라 선택하거나 병행할 수 있다. 특허가 발명을 공개하는 대신 일정 기간 법적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영업비밀은 정보의 비밀성을 유지하면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결국 첫 단계부터 고가의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기업에 어떤 핵심 정보가 있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외부 협업 과정에서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NDA는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협업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계약에서 정한 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도록 약정하는 계약이다. 기술이나 사업정보를 외부에 공유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어떤 정보를 비밀로 볼지, 해당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계약 단계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강 전문가는 이날 강연에서도 기업 간 기술 협업 과정에서 N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간에서도 중요한 게 NDA입니다. 비밀유지계약인데 이것도 많이 필요합니다. 기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비밀로 관리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NDA의 핵심은 단순히 ‘비밀을 지킨다’는 문구를 넣는 데 있지 않다. 비밀정보의 범위와 사용 목적, 접근권한, 제3자 제공 조건, 계약 종료 후 반환·삭제 방식 등을 실제 협업 형태에 맞게 구체화해야 이후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수·위탁 거래에 해당하는 경우 법률상 의무도 존재한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르면 수탁기업이 비밀로 관리되는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위탁기업은 해당 자료를 제공받는 날까지 수탁기업과 서면으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에는 기술자료의 제공 목적과 범위, 비밀유지 의무,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한다.
다만 이 규정을 모든 기업 간 미팅이나 투자 상담에서 일률적으로 NDA 체결을 의무화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률이 정한 수·위탁 관계에서 비밀로 관리되는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기술보호 지원 플랫폼 ‘기술보호울타리’에는 관련 표준비밀유지계약서도 제공되고 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기본적인 공통사항을 담은 양식인 만큼 실제 거래관계와 기술 특성, 현행 법령에 맞춰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표준양식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술보호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면 NDA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NDA가 주로 기존 비밀정보의 공개와 사용을 통제하는 장치라면 공동개발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기술과 데이터, 소프트웨어, 특허 등 성과물의 소유권과 사업화 권리는 별도의 공동개발·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NDA에 ‘서명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어디까지 공개하고 보호하기로 했느냐’다. 협업이 시작된 뒤 기술 유출을 걱정하기보다 정보를 건네기 전에 공개 범위와 조건부터 정하는 것이 먼저다.

NDA 한 장이 기업의 기술을 자동으로 지켜주는 방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에서 특정 정보를 비밀로 정했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누구나 파일을 열어볼 수 있고 외부로 복사하거나 전송해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면 실제 보호체계에는 빈틈이 생긴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과 함께 관리적·물리적·기술적 보호조치가 작동해야 한다. 이날 강 전문가는 특히 중소기업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문제로 ‘정보자산 식별’을 꼽았다.
“자산 관리는 정보자산도 있고 문서자산도 있고 소프트웨어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식별돼 정보자산으로 관리되고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 자산이나 인적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보호해야 할 정보자산으로 볼지 먼저 식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술자료 임치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보호 수단 가운데 하나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기업의 핵심 기술자료 등을 지정된 기관에 보관해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술개발 사실 등을 입증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다. 생산·제조방법과 설계도, 연구개발 자료,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데이터는 물론 일정한 경영상 정보도 임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술자료를 임치했다고 해서 해당 정보가 자동으로 모든 법적 보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등 관련 법률상 요건을 갖췄는지가 별도로 중요하다. 임치는 기술보호를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술을 감추는 것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기업과 기술을 공유하고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핵심 정보를 처음부터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협업 전에 무엇을 공개할지 정하고, NDA를 통해 공개 목적과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며, 내부에서는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과 반출을 관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술자료 임치 등을 활용해 기술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출 수 있다.
[스타트업 NDA·기술공개 실무 체크리스트]
□ 외부에 공개하려는 정보 가운데 핵심 기술·영업정보를 먼저 구분했나
□ NDA에서 ‘비밀정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했나
□ 상대방이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목적과 범위를 명시했나
□ 상대 기업 내부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을 제한했나
□ 제3자 제공·복제·목적 외 사용 조건을 확인했나
□ 비밀유지 기간과 계약 종료 후 반환·삭제 조건을 정했나
□ 공동개발이라면 기존 기술과 새로 만들어지는 성과의 권리 귀속을 별도로 정했나
□ 사내에서도 접근권한·반출기록·보안서약 등 실제 비밀관리 조치를 운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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