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핵협정 역풍…“이란은 폭격하면서 사우디엔 우라늄 농축 허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둔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 의회와 핵비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핵비확산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이유로 군사행동까지 벌인 직후 사우디에는 사실상 농축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인물은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다. 셔먼 의원은 22일 청문회에서 “미군은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재처리하려 한다는 이유로 폭격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제 사우디와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는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이가 있다면 웨스팅하우스(미국의 대표적인 원전 설계·건설 업체)가 이번 거래로 돈을 번다는 것뿐”이라며 상업적 이익 때문에 핵비확산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은 실수다(Saudi Nuclear Enrichment Is a Mistake)’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협정을 정면 비판했다. 사설은 “사우디는 자국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가 없다”며 농축 시설은 결국 핵무기 개발의 잠재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협정이 2년간 공동 연구 뒤 사우디 농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데 대해 “무엇을 더 연구한다는 것이냐”며 사실상 시간을 벌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했던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협정처럼 우라늄 농축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수용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핵비확산 정책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핵비확산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협정에는 IAEA의 추가의정서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신 미국과 사우디 간 별도 안전조치 협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기준보다 약한 감시 체계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우디가 장기적으로 핵무기 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핵비확산론자인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앞서 “사우디가 이미 핵무기 보유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미국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전면 금지하고 IAEA 추가의정서를 의무화하는 ‘골드 스탠더드’를 고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동을 새로운 핵군비 경쟁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정이 핵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어떤 나라와도 핵확산 위험을 초래하는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이 건설하고 통제하는 방식의 시설과 별도 안전장치로 군사적 전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 역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연료주기 관련 권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에는 기존 핵비확산 원칙보다 완화된 조건을 적용하면서도 한국에는 기존 협정 틀을 유지할지 여부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주목받을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이 반년 간 판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 18조원…행방은 아리송?
-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 발동...알테오젠 13%, 에코프로비엠 9% 급등
- [속보] 헌재 “대학 교수노조 정치활동 금지한 교원노조법은 위헌”
- 삼성전자 노사, 특별성과급 0.5~1% 자율기부 논의…회사 ‘1대1 매칭’
- 폭염 속 에어컨 의존 줄이는 ‘패시브 냉각’ “도시 기온 최대 4.5도 낮춰”
- “보완수사 없었다면 사건 묻혔다” 피해자들 국회서 분노 쏟아냈다
- 현대차, 2분기 매출 ‘역대 최대’ 기록했지만…영업이익 21% 감소
- “무료 회원권 줄게” “프로 레슨 제공” 르브론 영입 경쟁에 지역 골프장도 나섰다
- 카카오, 美 서클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한다
- 수협·산은, 어촌 ‘바람소득’ 창출 업무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