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열풍'에 채용 곳간 넓힌 삼양… 내수 의존 기업은 '인적 다이어트'
해외 영토 넓힌 삼양·오리온 채용 곳간 열렸다… 내수 갇힌 식품사 ‘고용 절벽’
‘불닭 신화’ 삼양식품, 해외 비중 80% 돌파하며 채용 급증… 오리온은 경력직 위주 실속 채용
내수 정체 맞물린 농심·오뚜기·대상, 인건비 상승 부담 속 신규 채용문 대폭 축소

[대한경제=정대연 기자]식품업계의 해외 사업 성적표가 국내 고용 시장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활로를 뚫은 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린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장기 부진에 대비해 ‘인적 다이어트’에 나서는 등 고용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22일 <대한경제>가 주요 식품 기업 5개사(삼양식품·오리온·농심·오뚜기·대상)의 최근 3개년(2023~2025년) ESG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외 매출 성과와 영업이익률, 채용 규모가 완벽히 같은 궤적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불닭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이 3년 새 2배 이상(8093억원→1조8838억원) 급증했다. 압도적인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률 22.3%라는 독보적 성적을 거뒀고, 채용 인원도 전년 대비 629명 늘어난 1535명을 기록했다. 50세 이하 신규 채용이 3년 동안 2배 이상 늘었고, 50세 이상도 68% 증가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고용 창출이 활발히 이뤄졌다.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불닭볶음면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밀양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해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며 지난해 매출은 2조3518억원으로 3년 사이 두 배 증가했고, 해외 매출 비중도 80%를 돌파했다. 증권가는 올해 삼양식품이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의 호조를 바탕으로 5개사 중 해외 매출액 1위(2조1866억원)를 지키고 있는 오리온은 16.8%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채용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250~280명 안팎의 전체 채용 규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속 중심이다. 지난해 30세 미만 신입 채용은 67% 감소한 반면, 30~50세 경력직 채용은 38% 늘어 인력 효율성을 한층 강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거나 부문별 실적 악화를 겪은 기업들은 고용의 문을 대폭 줄였다.
농심은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비중을 37%까지 올렸으나, 내수 침체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2%에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해 채용 규모는 713명으로 2023년(1387명) 대비 반토막으로 줄었다. 반면 기존 인력의 임금 인상으로 평균 급여는 12% 상승(5800만원→6507만원)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신규 채용 문이 좁아졌다.
오뚜기 역시 라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11%(4097억원)에 그쳤다. 주요 기업 중 영업이익 낙폭이 가장 컸으며 신규 채용 규모도 44% 줄었다. 대상 또한 소재 사업의 주춤한 사이클로 2024년 영업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채용을 보수적으로 유지하다가, 2025년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신규 채용을 16% 줄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 감소와 내수 시장의 정체를 고려할 때, 이 같은 고용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한계를 감안할 때 해외 시장이 기업 생존의 유일한 활로”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가 향후 기업의 국내 인력 운용 및 고용 여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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