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삼전닉스 레버리지 퀴즈
2주 전 디지털금융부로 발령받고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 신청이었다. 화면 속 아나운서는 ‘수익보다 먼저 구조를 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상승장에서 기초자산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횡보장에서는 오히려 낮은 수익률에 머물 수 있다는 ‘복리효과’를 공들여 설명했다. 마무리 멘트는 “쉽게 살 수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손실은 더 쉬울 수 있다”였다.
온라인 교육 속 이론은 실제 시장의 투자 패턴과는 달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5월 말 출시 직후부터 광풍에 가까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주가 상승 추세에 올라탄 상품은 대중의 이목을 한눈에 끌었다. 증권사도 앞다퉈 ‘2배 파워’를 홍보했다.
상장 초기 두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함께 투자대금도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최근 주가 급락에도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지난 6월 17일부터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대 떨어지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종을 4.4조원어치,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종을 1.7조원어치 순매수했다. 횡보장에서 불리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는지 의문이다.
한국에 ETF를 처음으로 도입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 20일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운용에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상품을 내놓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은 충분했을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 성향 위험등급 5단계 중 가장 높은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증권사가 권유할 때만 고려하는 등급이다. 만약 안정형 투자자라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직접 선택할 경우 ‘부적정성 판단 보고서’를 확인하면 된다. 너무 낮은 허들이 ‘쏠림 현상’을 방조했던 것은 아닐까.
해외 증시에는 없는 투자자 보호 장치로 금융투자협회 사전교육이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4월 이후 심화교육을 받은 74만명 가운데 19세 미만은 5000여명이다. 정부가 상장 50일 만에 내놓은 보완대책에는 사전 교육 내실화를 위한 ‘챕터별 중간평가’가 포함됐다. 교육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고 중간 퀴즈의 점수가 60점을 넘지 못하면 다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단연 한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알린 상징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3000포인트 박스권을 오가던 코스피가 이제는 6000포인트에서 하단을 시험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지금의 투자 성향 위험등급제도는 투자자를 적절히 분류하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을 거치며 금융당국은 ‘한국 투자자의 성숙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퀴즈에 정답을 맞혀야 할 때다.
서유미 디지털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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