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호' 취지 공감하지만…안심신탁 성패는 임대인 참여

이동희 기자 2026. 7. 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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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사 제도 참여 저조…등록임대 범위·운용 수익률이 관건
자금 묶이는 임대인 반발 예상… "전세의 월세화 가속할 수도"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붙은 전·월세 매물 안내문. 2026.7.15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공적기구가 관리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임대인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제도 안착의 최대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인 만큼 참여를 유도할 장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임대인들은 그동안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기존 대출 상환이나 주택 유지·보수, 신규 주택 매입 자금 등으로 활용해 왔다. 보증금을 공적기구가 대신 관리하면 이런 자금 운용이 사실상 막힌다. 목돈을 굴릴 수 있는 매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실제 기존 부동산 신탁 방식의 관련 사업에서 임대인 참여율은 약 4%에 그쳤다. 이런 점에서 안심신탁사업 역시 활성화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참여 유인 부족'에 좌초

전세보증금을 제3자가 맡아 관리하자는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당시 국토교통부는 보증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에스크로 계좌'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방안은 결국 제도화되지 못했다.

관련 업계는 당시에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좌 예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조차 정리되지 않아 실질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대출 상환이나 투자 목적으로 활용해 온 현실에서 자금을 묶어두는 방식을 반길 임대인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제도화 무산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안심신탁사업 역시 비슷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해외는 예치 중심…한국은 운용까지 검토

임대인이 보증금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장치는 해외에도 있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임대차 계약 시 보증금을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기는 임대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는 구조다.

독일은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의 고유 재산과 분리해 이자가 붙는 별도 계좌에 예치·관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임대인이 직접 은행에 분리 예치하는 방식이어서 공적기구가 자금을 직접 운용하고 수익까지 지급하는 한국의 안심신탁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모델은 공적기구의 적극적인 자금 운용과 수익 배분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보다 한 단계 진전된 형태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HUG가 신탁된 보증금 일부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운용해 이자 수익을 낼 경우 임대인에게 일정 수익을 돌려줄 수는 있다"며 "수익률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임대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적기구 개입 자체를 꺼리는 임대인도 적지 않아 전세 대신 월세 전환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는 안심신탁사업의 시장 안착을 좌우할 변수로 △의무 신탁 대상자의 범위 △보증금 중 신탁에 맡겨야 하는 비율 △임대인에게 지급할 운용 수익률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을 등록임대사업자로 한정할지, 신탁 비율과 운용 수익률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며 "수익률이 기존 월세 수익률에 못 미친다면 임대인의 선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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