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에게서 음악을 뺀다면? "제 미래 불투명해 보여요"[EN:터뷰]
제일 열심히, 즐겁게 음악 듣던 시절 플레이리스트에서 출발한 앨범
가수 효린과 인간 김효정이 겪는 다양한 감정 녹여
2000년대 전후 분위기 물씬 느껴지는 '체크'가 타이틀곡
미국 LA에서 뮤직비디오 촬영 "나중에 봐도 촌스럽지 않았으면 했어요"

앨범을 준비하며 제일 많이 떠올린 말은 '본질'이었다. 미니 4집 앨범 제목을 본인 이름 '효린'과 '오리지널'의 합성어로 지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음악을 제일 열심히 듣고, 열심히 음악을 파고(digging), 제일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를 살펴봤다.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고, "나 그때 열정 있게 음악하겠다고 달려들었었지!" 하고 돌아보게 됐다. 예전에 듣던 플레이리스트에서 이번 '오리지널린'(OriginaLyn)이 출발한 셈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효린의 미니 4집 '오리지널린'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다가오시기 쉽게",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는 효린은 "로션만 바르고 왔다"라는 인사말로 웃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티엘씨(TLC)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등의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효린은 "누군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느꼈고 '나 혼자 (이런 노래를) 듣고 기뻐하지 말고 다 같이 즐겨보자'라는 마음에서 Y2K(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콘셉트 음악을 2026년 버전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는 "옛날 노래를 들으면서 진짜 좋았는데, 제 모습을 발견하면 늘 웃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음악 흐름이 너무 빠르고 장르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트렌드도 놓칠 수 없는데 그 안에서 내가 해 보지 않았던, 새롭게 해 볼 수 있는 건 뭘까 생각을 좀 해 봤던 거 같다"라고 한 효린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그리고 뭔가 경험도 해 본 적 없는 장르에 갑자기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그간 듣고 부른 '경험'이 있는 음악을 재해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효린은 '오리지널'이란 단어를 두고 "이게 촌스럽고 옛날처럼 들릴 수도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떠오르는 게 그냥 '오리지널'이었던 거 같다. 원조라는 단어가 저는 되게 멋있는 거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음악은 너무 많고 가수도 너무 많잖아요. 근데 뭔가 어떠한 키워드를 갖고 있다든지 늘 떠올려 주시는 그런 이미지가 있는 가수로서의 삶이 저는 되게 특별하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그렇다 보니 '제일 첫 번째'가 정말 중요한 거 같거든요. 이거를 누가 시작했냐, 누가 스타트를 끊었냐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원조라는 단어를 좋아하다 보니까요. (…) 솔로 콘셉트가 다양했는데 어찌 됐건 그 음악이 주는 무드를 (지금까지) 효린이라는 아티스트에게 입혀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게 했다면, 뭔가 이번에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그냥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는 효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앨범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턱대고 한 거 같아요. 그냥 원조이고 싶다? (웃음) 누군가에게 원조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간 거 같아요."

타이틀곡 '체크'(ChecK)는 자신을 향한 시선과 감정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표현한 곡이다. 트렌디한 비트와 중독적인 훅, 감각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졌으며, 효린 특유의 파워풀하고 여유로운 보컬을 더해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를 완성한다. 2000년 전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음악과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한다.
자칫하면 '과거 회귀'에 머무를 수 있는데, 어떻게 균형을 맞췄는지 질문이 나왔다. "그때로 돌아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웃은 효린은 "잠깐 (그 시절을) 느끼고 잠깐 즐거웠으면 좋겠다. 놓칠 수 없는 트렌디함이 있었고, 나중에 봐도 촌스럽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스타일링도 2000년대 초중반을 연상케 한다. '본 더치'와 '트루릴리젼' 등 그 시절을 풍미한 브랜드 옷을 입었다. 여성 댄서들과 합을 맞춘 퍼포먼스로 시선을 붙잡는 뮤직비디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찍었다. "천장이 뚫려있는 세트"에서 찍느라 "주근깨가 한 200개 늘었다"라고 효린은 너스레를 떨었다.
콘셉트에 맞는 캐릭터 소화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더 편한지 묻자, 효린은 "편한 건 있었다"라며 "파워 워킹 그런 거 너무 쉽다, 저한테"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내가 중시하는 가치와 기준이 굉장히 높은데 너 나를 어떻게 흔들어볼 수 있겠어? 날 당할 수 있겠어?' 하는 자신감 넘치는 가사의 곡이었기에 소화하면서 저절로 자신감이 올라가는 느낌도 받았다.

"사실 이 이야기가 저한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운을 뗀 효린은 "(저는) 자신감이 되게 넘치지 않는다. (자신감이) 되게 적다. 가끔은 어느 순간 주눅 들어 있는 제 모습을 볼 때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 조금 칭찬도 해 줘도 되고 고생했다고 해 줘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스스로를 옭아매고 괴롭히지? 숨 막히게 할까, 스스로를? 그런 거가 사실 해소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며 "이 노래는 들었을 때도, 연습할 때도, 촬영할 때도 '없던 자신감'을 올라오게 하더라. 저한테는 너무 좋은 에너지를 줬다"라고 털어놨다.
뮤직비디오 내내 착용한 '힐'도 자신감을 보여주는 도구다. 효린은 "자신감이 올라간다. 키가 커지고 공기가 달라지기 때문에"라며 "자세가 달라진다, 조금 더 여성스럽게. 구부정했던 허리가 펴진다든지! 서 있는 자세만으로 자신감이 보인다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힐을 신고 소화한 것에 뿌듯함도 느낀다. "제가 저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도전의 도구랄까요."
퍼포먼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을까. 효린은 "안무는 노래랑 잘 어울리기도 해야 하지만 저는 특히나 가사를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체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동작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전에 냈던 곡은 스타일이 처음부터 쫙 하나"였지만 '체크'는 "어떤 부분은 되게 새침하고 어떤 부분은 파워풀하고 예쁘고 전환이 되는" 점에서 "배우면서 되게 재미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주로 싱글을 내고 활동했던 효린은 앨범 단위로는 4년 만에 컴백했다. 그는 "작업할 시간이 조금 부족하다. 제가 혼자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까, 뭔가 창작물을 뽑으려면 작업실에 몇 달 처박혀 있고 그래야 하는데 사실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게 늘 걱정이 많이 된다. 곡은 계속 만들어야 하는 거다 보니까"라고 밝혔다.

네 번째 트랙에 실린 '맛있게드세요'는 2021년엔가 만든 곡이다. "(20)25년에 서지음 작가 언니랑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면 좋을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는 효린은 이번 앨범에 과거에 써 둔 곡을 담느라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라고 웃었다. 혼자 작업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이번엔 미국에서 열린 송 캠프에서 다른 프로듀서와 협업하며 부쩍 속도가 빨라졌다. 물론 처음 생각한 방향과 맞지 않을 때는 재작업 과정을 거쳐야 했다.
타이틀곡 '체크'는 자기 긍정을 노래하지만 앨범은 그보다 더 다양한 감정을 다룬다. 효린은 "장르가 진짜 다양하다. 무드, 음역대, 감정, 목소리도 다 다양하다"라며 "인간이 한 가지 감정만 느끼고 살 순 없지 않나. 인간 김효정과 가수 효린의 슬픔, 약간의 분노도 있고 슬픔이라면 그냥 슬픔이 아니라 너무 기뻐서 나오는 슬픔도 있고 사랑에 빠진 거 같은 너무 행복한 목소리도 있다. 제가 음악하면서,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이 담긴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2010년 그룹 씨스타(SISTAR)로 데뷔해 '가수'로 산 지도 16년째인 효린. 음악이란 어떤 의미인지 질문이 나오자, 효린은 "직관적으로 말하면 산소 같다. 제가 음악 없이 산다? 모르겠다. 제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근데 저는 안정형의 사람은 또 아니다. 안정적인 걸 추구하기보다 '이거 해 볼까 저거 해 볼까' 이런 스타일이고, 불안정한 부분에서 좀 많이 흔들리고 두려울 법도 하다. 그냥 음악은, 음악을 빼면 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되게 큰 부분이다. 제가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을 거 같다"라고 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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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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