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무죄·야당 유죄" 오세훈 선고에 당혹스러운 야권... 보수 '구심점' 흔들린다

염유섭 2026. 7. 2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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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확장' 갖춘 오세훈 정치적 타격
보수 재건 구심점 역할도 쉽지 않아
반면, 장동혁 주도권 강화 나설 기회
국힘 "정치 판결", 민주당 "사필귀정"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자 당내에선 당혹감이 역력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권주자는 물론 중도 확장을 통한 보수 재건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오 시장이 발목을 잡힌 모양새인 터라 향후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보수 재편 과정에도 일정 정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세훈 정치적 타격…장동혁 주도권 강화하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당장 오 시장 개인은 물론 국민의힘 내 외연 확장을 주장해 온 쇄신파들은 정치적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번 지선에서 첫 '5선 시장'에 올라,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함께 보수 재건을 이끌 상징적 인물로 꼽혔다. 이에 최근 한 달 동안 정점식 원내대표와 권영세·윤상현·나경원·안철수·이종배 의원 등 40여 명의 의원과 회동하면서 당내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중도 확장력을 입증한 몇 안 되는 보수 정치인으로서 지선 과정에서부터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장동혁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당선 이후에도 '당대표제 폐지', '장동혁 대표 사퇴' 등을 언급하며 존재감을 알렸으나, 당장 본인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오 시장과 함께 보수 재건을 외쳐온 의원들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재건의 두 축으로 꼽힌 오 시장은 사법리스크 해소가 급선무가 됐고, 한 의원의 복당도 현재로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쇄신파 의원모임 '대안과미래' 소속의 한 의원은 "흔들림 없이 쇄신 의견을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쇄신파들이 최근 장 대표의 '장외 행보'에 견제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한 터라, 쇄신파의 목소리가 커지기보다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당 쇄신, 보수 재건의 구심점이 사라진 사이 장 대표가 다시 주도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중도에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가 등장해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선 10월로 전망되는 오 시장의 항소심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오 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이번에 받은 정치적 타격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사법리스크를 극복했다는, 대권으로 가기 위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번 판결을 '정치 판결'로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당선무효형이 유지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현실화할 경우엔 선거를 앞두고 당내 당권파와 쇄신파 간 노선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국힘 "무리한 판결"…민주당 "사필귀정"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호출산제 시행 2년,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에 참석,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각급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적으로 명태균의 진술에 의존한 판사의 예단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국민 사이에서는 여권에는 관대한 기준이, 야권에는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여당 무죄·야당 유죄'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작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재판은 모두 멈춰있다"며 "이재명 재판이 재개되지 않는 한 법원의 어떤 판결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항소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1심 유죄 판결은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무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오 시장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시킨 명백한 범죄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주민 의원은 "벌금 1,000만 원은 죄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 항소심은 더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1심은 이미 법정 기한을 넘겼다. 항소심·상고심은 각 3개월 이내다. 신속한 재판으로, 거짓 시장을 끝내야 한다"며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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