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무죄·야당 유죄" 오세훈 선고에 당혹스러운 야권... 보수 '구심점' 흔들린다
보수 재건 구심점 역할도 쉽지 않아
반면, 장동혁 주도권 강화 나설 기회
국힘 "정치 판결", 민주당 "사필귀정"

국민의힘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자 당내에선 당혹감이 역력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권주자는 물론 중도 확장을 통한 보수 재건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오 시장이 발목을 잡힌 모양새인 터라 향후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보수 재편 과정에도 일정 정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세훈 정치적 타격…장동혁 주도권 강화하나

당장 오 시장 개인은 물론 국민의힘 내 외연 확장을 주장해 온 쇄신파들은 정치적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번 지선에서 첫 '5선 시장'에 올라,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함께 보수 재건을 이끌 상징적 인물로 꼽혔다. 이에 최근 한 달 동안 정점식 원내대표와 권영세·윤상현·나경원·안철수·이종배 의원 등 40여 명의 의원과 회동하면서 당내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중도 확장력을 입증한 몇 안 되는 보수 정치인으로서 지선 과정에서부터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장동혁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당선 이후에도 '당대표제 폐지', '장동혁 대표 사퇴' 등을 언급하며 존재감을 알렸으나, 당장 본인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오 시장과 함께 보수 재건을 외쳐온 의원들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재건의 두 축으로 꼽힌 오 시장은 사법리스크 해소가 급선무가 됐고, 한 의원의 복당도 현재로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쇄신파 의원모임 '대안과미래' 소속의 한 의원은 "흔들림 없이 쇄신 의견을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쇄신파들이 최근 장 대표의 '장외 행보'에 견제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한 터라, 쇄신파의 목소리가 커지기보다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당 쇄신, 보수 재건의 구심점이 사라진 사이 장 대표가 다시 주도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중도에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가 등장해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선 10월로 전망되는 오 시장의 항소심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오 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이번에 받은 정치적 타격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사법리스크를 극복했다는, 대권으로 가기 위한 서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번 판결을 '정치 판결'로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당선무효형이 유지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현실화할 경우엔 선거를 앞두고 당내 당권파와 쇄신파 간 노선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국힘 "무리한 판결"…민주당 "사필귀정"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각급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적으로 명태균의 진술에 의존한 판사의 예단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국민 사이에서는 여권에는 관대한 기준이, 야권에는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여당 무죄·야당 유죄'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작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재판은 모두 멈춰있다"며 "이재명 재판이 재개되지 않는 한 법원의 어떤 판결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항소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1심 유죄 판결은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오 시장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시킨 명백한 범죄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주민 의원은 "벌금 1,000만 원은 죄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 항소심은 더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1심은 이미 법정 기한을 넘겼다. 항소심·상고심은 각 3개월 이내다. 신속한 재판으로, 거짓 시장을 끝내야 한다"며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이 대통령 혼외자설' '5·18 북한군 개입설' 전한길 23일 재소환-사회ㅣ한국일보
- 정청래 "10년 만에 가장 분노"... 연일 '신천지 설' 띄우는 김민석에 경고-정치ㅣ한국일보
- 유치장 나온 '올다르크' "귀하신 김건희 여사님 얼마나 불편했을지"-사회ㅣ한국일보
- 회사원을 '업소여성'으로…음란물로 회원 낚는 '불법 도박 텔레그램' 판친다-사회ㅣ한국일보
- 오세훈 '사법 리스크', 서울 재개발도 흔들까... '재건축·야간경제' 등 서울시 정책 먹구름-사회
- 靑 "이 대통령, 17억 근저당 이자 안 받아… '물딱지' 매물 방지 조치"-정치ㅣ한국일보
- '올해 82세' 백일섭 "졸혼 이후 故 이순재·강부자에게 혼나"-문화ㅣ한국일보
- 190㎝인데 '최단신'… 일본 남자배구는 어떻게 12경기 다 이겼나-국제ㅣ한국일보
- "고소영이 병간호에 소변까지 받아줬다...다들 놀라" 30년 절친이 전한 미담-문화ㅣ한국일보
- 유시민 '필패론' 이어 '썩은 내 정화론'까지... 친명 격앙 속 무대응 기류도-정치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