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세훈 1심 당선무효형... 선거·정치자금 엄격한 판단이 옳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조형우)는 22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오 시장은 항소 의사를 밝혔고,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해 총 10회 그 결과를 전달받고 그 비용(약 3,300만 원)을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대신 내도록 해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중 총 다섯 차례 여론조사 비용을 김씨가 대납한 것으로 판단하고, 대납 비용 2,100만 원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오 시장은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을 증거로 추론을 가지고 선고가 이뤄졌다"며 불만을 표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마디로 자신이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라는 것이다. 김씨가 친분이 거의 없었던 명씨에게 거액을 송금한 점 등을 정황 증거로 삼아 재판부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을 대납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부분이 그렇다. 상급심에서 사실관계와 법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을 도입한 주된 이유가 선거 승리에 눈이 멀어 불법 정치자금을 동원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적잖은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었고, 아직도 심심치 않게 불거지곤 한다. 그러니 재판부가 선거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선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게 옳다고 본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부정수수 범죄는 1인 1표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금권(金權)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그 처벌 목적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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