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투표로 못 이긴다”…‘FIFA판 정몽규’ 인판티노, 장기집권 부른 시스템 문제
정몽규 체제와 닮은 장기집권 구조

(MHN 황혜성 기자) "인판티노를 투표로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비에르 테바스 스페인 라리가 회장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실제로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판티노가 이미 각국 축구협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해 누구도 선거에 도전하려 하지 않는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이다.
FIFA 회장은 211개 회원 축구협회의 투표로 선출된다.
축구 강국 독일도 한 표, 규모가 작은 섬나라도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 유럽 국가들이 인판티노를 반대하더라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인판티노는 지난 2016년 처음 FIFA 회장에 당선된 뒤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나지 않았다. 2019년과 2023년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 없이 회장직을 이어갔고, 2027년 선거 출마도 이미 선언했다.
각국 축구협회가 인판티노를 지지하는 배경에는 FIFA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FIFA는 회원국에 축구 발전 지원금을 지급하고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의 개최권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FIFA 회장과 맞설 경우 지원이나 국제무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테바스는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인판티노에게 도전할 후보조차 나타나지 않는다며 FIFA의 시스템이 근본부터 잘못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물론 인판티노가 비리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FIFA가 회원국에 지급하는 지원금 역시 정식 축구 발전 사업이다.
문제는 돈과 권한을 쥔 현직 회장이 선거에서도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장 4선에 성공한 정몽규 전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정 전 회장 역시 13년 넘게 대한축구협회를 이끌며 협회와 지역 축구계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형성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팬들의 거센 퇴진 요구 속에서도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6일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하며 13년 5개월의 장기집권을 마쳤다.
인판티노와 정몽규를 둘러싼 논란은 어딘가 닮아있다.
오랜 재임 기간 동안 조직 내부의 지지를 다졌고, 팬들의 비판이 실제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일반 축구팬이 아닌 기존 축구 행정 조직의 선택으로 회장직을 지켰다. 선거는 존재했지만 현직이 오랜 기간 쌓아온 인맥과 영향력을 넘어설 경쟁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뽑아주는 내부 조직의 지지만 확보하면 여론과 관계없이 장기집권이 가능해진다.
정몽규 체제에서 드러났던 한국 축구 행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세계 축구를 이끄는 FIFA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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