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산업 난제 푼다…. 조선소 도크 최적 활용법은?

구아모 기자 2026. 7.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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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개최 ‘최적화 그랜드 챌린지’
수학·AI로 조선소의 숨은 생산 능력 찾기
55국에서 1448명 경쟁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HD현대중공업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의 한 연구실. 산업경영공학 박사과정 김선웅(33)씨와 동료 2명이 사각형과 화살표로 빼곡한 화이트보드 앞에 모였다. 세 사람은 컴퓨터 속 가상 조선소에서 선박 블록 수백 개를 배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블록마다 야드에 들어오고 나가는 날짜를 입력하고, 서로 겹치거나 다른 블록의 이동을 막지 않는지 검사했다. 더 나은 배치를 찾도록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 뒤 서버에 제출하자 ‘비정상 종료(CRASHED)’라는 결과가 떴다. 팀은 어떤 계산을 덜어낼지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팀으로 참가한 ‘최적화 그랜드 챌린지(OGC)’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수학과 AI 알고리즘으로 푸는 대회다. LG CNS와 대한산업공학회가 최적화 인재와 새로운 산업 해법을 발굴하기 위해 2024년 시작했다. 올해 처음 글로벌 대회로 확대돼 55국 958팀, 1448명이 참가했다. 액센추어·IBM·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한화오션 등 국내 기업의 전문가, 국내외 대학 연구자와 학생들이 경쟁하고 있다.

참가자는 최대 3명씩 팀을 꾸려 문제와 데이터를 내려받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지난달 15일 시작된 예선은 이달 28일까지다. 완성한 프로그램을 서버에 제출하면 자동으로 점수가 매겨져 순위표에 반영된다. 제출 횟수에는 제한이 없어 참가자들은 실패 원인을 찾아 코드를 고치고 다시 도전한다. 총상금은 2억원이다.

올해 과제는 ‘조선소 블록 배치’다. 대형 선박은 건물만 한 철제 구조물 수백 개를 따로 만든 뒤 이어 붙여 완성한다. 각각의 구조물을 ‘블록’이라고 한다. 완성된 블록은 조립할 차례가 올 때까지 조선소의 작업장인 야드에 보관된다.

참가자들은 블록 수백 개를 야드의 어느 곳에 어떤 방향으로 놓을지 계산한다.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 놓은 블록이 몇 주 뒤 먼저 꺼낼 블록의 길을 막으면 주변 블록을 다시 옮겨야 한다. 이때 크레인과 운반 장비, 작업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고 후속 공정도 늦어진다. 김씨는 이를 “모양이 예쁘지 않은 테트리스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했다. 3차원 공간뿐 아니라 미래의 작업 순서까지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4차원 테트리스’인 셈이다.

가능한 배치 조합이 너무 많아 사람이 일일이 비교할 수는 없다. 참가자들은 수학적 최적화와 머신러닝 등을 이용해 가능성이 높은 배치를 먼저 찾은 뒤, 블록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공간 낭비와 재배치 횟수를 줄인다

조선소가 올해 과제로 등장한 배경에는 ‘수주 호황의 역설’이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는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해 2029년 건조 물량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도크와 야드, 크레인, 숙련 인력을 주문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확충하기는 어렵다. 조선소에서는 부두 공간이 부족해 선박 두 척을 나란히 붙여 작업하는 상황까지 나타난다. 한정된 공간과 장비로 수주한 선박을 제때 완성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조선소의 병목이 세계 에너지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우드 매킨지는 2027년 이후 인도될 LNG 운반선 260여 척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한국에서, 나머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건조된다며 한·중 조선소의 생산 능력이 미국과 카타르 등의 LNG 공급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봄베이 인도공과대(IIT Bombay)의 ‘옵티머스 프라임’ 팀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팀원 슈레얀 샤르마(20)씨는 “학교 문제는 조건과 구조가 명확하지만 이번 과제는 어디서부터 단순화할지 스스로 정해야 하는 개방형 문제”라고 했다. 불규칙한 모양의 블록 때문에 예상치 못한 예외가 계속 발생해, 제한 시간 안에 실행 가능한 배치를 찾아 반복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대회 데이터는 국내 대형 조선사의 실제 현장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다만 보안과 대회 운영을 위해 가공·익명화하고 문제도 단순화했다. LG CNS 관계자는 “현장에 적용하려면 조선소별 설비와 작업 과정, 운영 시스템에 맞춘 추가 검증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우수 알고리즘은 조선소 최적화의 기술적 기반이자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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