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 묻힌 이란 '미사일 도시'…입구 파내 요르단 미군기지 때렸다
이란, 매몰된 터널 입구 걷어내고 발사시설 재가동
닷새 동안 요르단 주둔 미군 네 차례 공격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한 이란의 군사력 가운데 미사일·드론 전력이 여전히 상당 규모로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으로 출입구가 막힌 지하 미사일 기지 일부를 이란이 복구해 다시 미군을 공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요르단의 미군 주둔 기지가 피격돼 미군 3명이 숨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7일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미 국방부는 당초 실종된 것으로 발표했던 장병 1명의 사망을 추가 확인해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공격에 케이바르 셰칸(Kheibar Shekan)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 이란의 실전 성능이 뛰어난 미사일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공격은 닷새 동안 요르단 주둔 미군을 겨냥한 네 번째 공격으로, 이란의 미사일 비축량이 바닥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3~4월 이란의 지하 미사일 시설을 수주간 폭격한 뒤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이란의 반격 능력을 꺾지 못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1일 이란 내 군사 목표물을 공격해 11일 연속 공습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앞선 공언과 배치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이 “사실상 파괴됐다”며 발사대와 미사일이 거의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이란의 전쟁 전 미사일 비축량 가운데 21%만 남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래도 많은 양”이라고 인정했다.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21일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없앴다”는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을 추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이 발사 능력을 완전히 잃을 것으로 예상한 적은 없다”며 “문제는 미국을 상대로 어느 정도 규모의 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요르단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바르 셰칸은 2022년 공개된 고체연료식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가 최소 1450㎞에 달하며 이란은 대기권 재진입 뒤 방향을 바꿔 요격을 피할 수 있는 탄두를 탑재했다고 주장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공격에 여러 종류의 탄도·순항미사일과 샤헤드 드론도 동원했다고 밝혔다.
전쟁 초반 미·이스라엘군의 핵심 표적은 이란의 이른바 ‘미사일 도시’였다. 산악지대 아래 거대한 터널망을 파 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를 보관하는 시설이다. 군용기와 무장 드론은 터널 밖으로 나온 발사대를 노렸고, 중폭격기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출입구를 무너뜨려 내부 무기를 지하에 가두려 했다.

하지만 이란은 휴전 기간 미사일 기지에 새 진입로를 내고 터널 입구를 보강했다. 상업 위성사진에 따르면 케르만샤 북쪽 기지에서는 폭격으로 터널 진입로가 끊겼지만 6월 첫째 주까지 도로 2곳이 복구됐다. 트럭들이 터널 입구의 흙과 잔해를 치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짐 램슨은 “이란 공병부대가 비교적 빨리 잔해를 치우고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수십 년간 미국의 전쟁 방식을 연구해 공습을 견딜 수 있도록 미사일 저장·발사시설을 분산하고 지하화했다고 분석한다. 톰 카라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전문가는 “미국과의 전쟁을 버틸 수 있도록 전반적인 기반시설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한꺼번에 발사하는 미사일 수는 전쟁 초반보다 줄었다. 그러나 일부가 방공망을 뚫으면서 역내에 주둔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 약 5만명을 보호해야 하는 부담은 커졌다.
란 코차브 전 이스라엘군 항공·미사일방어군 사령관은 전쟁 초반 이란의 공격으로 요르단과 걸프 국가의 레이더와 방공포대가 손상돼 미사일 요격이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의 공격 전력이 살아남은 데다 이를 막아야 할 방공망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남아 있는 미사일 전력은 이란이 미국의 장기전 비용을 높이려는 전략과도 맞물린다. WSJ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확전 의지를 꺾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미국을 다시 협상장에 끌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베흐남 벤 탈레블루 민주주의수호재단 이란 담당 선임국장은 이란의 공격이 미국을 중동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니콜 그라예프스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이란 전략 전문가는 요르단을 공격한 미사일이 타브리즈 인근이나 작전을 재개한 이란 서부 기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미사일 비축량을 보충했거나 기지에 묻혀 있던 미사일을 다시 꺼냈다는 뜻”이라며 “이란에는 여전히 성능이 뛰어난 미사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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