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원 어디 갔나"…美, 베네수 석유 팔아 챙겨간 돈 행방불명
대지진 피해 복구에 55조 필요한데…美, 석유대금 통제하며 정권 압박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팔아 130억 달러(약 19조2000억 원)가 넘는 돈을 거둬들였지만 이 자금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최근 대규모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미국이 챙긴 석유 대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이 사태는 지난 1월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새 지도자로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통제권을 장악한 뒤 그 대금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석유 수입은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제재 완화와 맞물려 석유 수출 정상화를 통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석유 판매 대금의 성격을 두고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설명이 엇갈린다. 공식 행정명령은 미국이 '보관 및 관리' 역할을 할 뿐이라고 명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군사작전 비용의 28배를 회수했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개설한 수입 추적 사이트에는 지난 3월 3억 달러(약 4500억 원)가 입금된 기록 한 건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에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트럼프 행정부가 투명성 없이 수십억 달러를 통제하고 의회는 소외돼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도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유 대금의 증발은 이미 위태로운 베네수엘라 경제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FT에 "석유 수입이 늘었음에도 1분기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미국이 수입 전액을 베네수엘라에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게라는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분노했다.
논란은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를 뒤흔든 대지진으로 더욱 증폭됐다.
유엔은 지진 피해 복구에만 370억 달러(약 54조7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공한 재난 구호 지원금은 3억8600만 달러(약 57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이 거둬들인 석유 대금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결국 미국이 석유 대금을 로드리게스 정권을 통제하는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서반구 담당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그 돈은 베네수엘라의 자산이지만, 사용하려면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었다.
한편 FT는 미국이 챙긴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 추정치가 해운 데이터와 유가 정보를 종합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미국이 통제하는 자금은 광물 수출 수입까지 더해져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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