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제압당한 모로코 이민자 사망…이탈리아 ‘反이민’ 역풍 맞나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가 전 세계적인 반인종차별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졌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또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당시 경찰관 두 명은 파키르 씨가 난동을 부리며 차량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제압했다. 경찰은 체포에 반발한 그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수갑을 채웠다. X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서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도와달라”,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친 뒤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파키르 씨는 생전 심장 질환과 천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들이 그를 제압할 당시 일부 구조대원들이 이를 지켜보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충격을 더한다. 현재 해당 경찰들과 구조대원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파키르 씨의 사망 다음날인 21일 볼로냐를 포함한 곳곳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자전거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병과 의자를 던졌다. 경찰 또한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하고 있다.
야권은 멜로니 정권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중해에 접한 이탈리아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북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프랑스와 독일 등으로 이주하지만 일부는 이탈리아에 정착한다. 이민으로 인한 사회문제와 이를 둘러싼 사회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집권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도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꼽힌다. 멜로니 정권은 지중해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자국이 아닌 동유럽 알바니아로 보내 송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멜로니 총리는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파키르 씨를 애도하면서도 항의 시위 또한 강경 진압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을 구실로 경찰을 공격한 이들은 진실이 아니라 충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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