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6)] '52년 부품 명가' 삼성전기, 빅테크 AI 서버 공급망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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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반세기 넘게 쌓아온 부품 기술력을 앞세워 빅테크 인공지능(AI) 서버 공급망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AI 서버의 필수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실리콘 커패시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기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C-BGA(고집적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는 AI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부품이며 실리콘 커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으로 만들어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게 구현한 차세대 전력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약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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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와 4500억 공급계약
엔비디아 이어 퀄컴 기판 양산
수요가 생산능력의 1.5배
부산 15조 투자에 베트남 증설 추진
유리기판 합작사 설립


삼성전기가 반세기 넘게 쌓아온 부품 기술력을 앞세워 빅테크 인공지능(AI) 서버 공급망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AI 서버의 필수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실리콘 커패시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기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과 TV에 부품을 대던 주력 시장도 AI 데이터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부산에 15조원을 투자하고 베트남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62.7% 성장할 전망이다. 출하량 증가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성장을 주도한다는 분석이다. 옴디아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급 압박이 메모리를 넘어 MLCC와 인쇄회로기판 등 부품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품들을 모두 생산하는 삼성전기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AI 서버용 MLCC 1위…빅테크와 4500억 공급계약
삼성전기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 3종을 모두 생산한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으로 AI 서버 한 대에 일반 서버의 10배 이상 탑재된다. GPU(그래픽처리장치) 한 개에 2만개 이상, 서버 랙 기준으로는 최대 60만개가 들어간다.
FC-BGA(고집적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는 AI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부품이며 실리콘 커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으로 만들어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게 구현한 차세대 전력 부품이다.
특히 실리콘 커패시터는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전력 안정성을 해결할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많고 전압 변동이 커 순간적인 오동작 위험이 큰데, 실리콘 커패시터가 전력을 저장했다가 일정하게 공급해 이를 막아준다.
MLCC가 세라믹을 여러 층으로 쌓는 구조라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실리콘 커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으로 얇게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지 내부나 기판 뒷면 등 좁은 공간에도 배치할 수 있다.
성과는 수주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약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도 1년이다. 회사 측은 대규모 수주 계약이 드문 MLCC 업계 관행에 비춰 이번 계약이 AI 서버용 제품의 공급 부족과 높은 수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도 2027년 이후 공급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는 점유율 25%로 2위지만 기술 난도가 높은 AI 서버용 시장에서는 40% 이상을 차지하며 1위에 올라 있다.
AI 서버용 MLCC는 105도 이상의 고온과 100볼트 이상의 고전압을 견뎌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이처럼 소수 업체만 공급이 가능한 만큼 삼성전기가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AI 서버 핵심 부품 3종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MLCC 세계 1위인 일본 무라타는 패키지 기판 사업이 없고 기판 강자인 일본 이비덴은 MLCC를 생산하지 않는다. 삼성전기도 지난달 실리콘 커패시터 제품 설명회에서 이들 3개 제품군을 앞세운 통합 공급 전략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 이어 퀄컴까지…수요가 생산능력의 1.5배
빅테크 공급망도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퀄컴의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FC-BGA 양산에 돌입하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에 그쳤던 퀄컴과의 협력을 데이터센터로 확장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용 기판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어느 진영이 성장해도 삼성전기 부품이 공급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요는 이미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의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보완 투자를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을 최대치로 가동하고도 주문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15조·베트남 증설…유리기판 합작사 설립
생산능력 확대는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달 초 부산사업장에 15조원을 투자해 패키지 기판과 MLCC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생산법인에도 약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FC-BGA 증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3년 베트남 법인 설립 당시 투자액과 맞먹는 규모다.
차세대 기판 준비도 본격화했다. 삼성전기는 이달 초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 자회사인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유리 중심층) 생산 합작법인 '글라셈' 설립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출자 규모는 약 4800억원으로 삼성전기가 지분 66%를 보유한다.
합작법인은 경기 평택에 생산거점을 두고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유리기판은 기판의 중심층을 유리로 대체한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열에 의한 휘어짐이 적어 대면적 AI 반도체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소재 단계부터 경쟁력을 확보해 유리기판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무라타 증산 맞대응…가격 주도권이 관건
과제는 세계 1위 무라타와의 경쟁이다. 무라타는 전체 MLCC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로, AI 데이터센터용 커패시터 수요에 대응해 약 800억엔 규모의 추가 설비투자를 발표하고 증산에 나섰다. 무라타는 최근 고객사에 MLCC 가격 인상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기의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AI 서버용 고사양 MLCC는 소수 업체가 과점하는 시장인 만큼 두 회사의 증설 속도와 가격 정책이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기판에서도 이비덴 등 선발 업체와 기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품귀 국면에서 확보한 가격 협상력과 3종 일괄 공급 체계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장 사장은 유리기판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글라스 코어의 핵심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