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변동성에 지친 개미들… 美주식 순매수 한 달 새 4배 늘었다

권우석 기자 2026. 7. 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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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흔들리자 다시 미장으로
AI 반도체·레버리지 투자 확대

최근 코스피가 6500선까지 밀리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약 8조원 줄어든 반면 미국 주식순매수 규모는 한 달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연초 대형 기술주와 지수 ETF에 집중됐던 매수세는 최근 AI 반도체 종목과 고위험 레버리지 ETF 등으로 확산되며 투자 대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21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8억7876만 달러(약 4조2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순매수액(6억 3295만달러)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20∼21일 이틀 만에 약 10억 달러가 증가했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순매수는 1월 44억9863만달러에서 2월 39억4905만달러, 3월 16억9150만달러로 감소하다 4~5월에는 순매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6월에 다시 순매수로 돌아선 뒤 이달 들어 매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국장 탈출’의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꼽힌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주의 약세가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 자금 이탈 현상도 숫자로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120조837억원에서 20일 112조5190억원으로 약 8조원 감소했다. 국내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드는 사이 미국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한 셈이다.

환율도 서학개미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56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470원대로 내려왔다. 1500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하락하자 달러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면서 미국 주식 투자 수요도 함께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환율이 하락하면 향후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1500원대 고환율에서도 환율이 내려오면 매수한다는 전략을 유지했던 만큼 현재 수준에서도 달러 매집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역시 미국 주식 매수를 위해 달러를 환전해야 하는 만큼 최근 투자 비중이 다시 늘면서 달러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에 상장된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15~21일 개인투자자는 TIGER 미국S&P500을 1193억원치 매수했고 KODEX 미국나스닥100(944억원), KODEX 미국S&P500(712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648억원)도 대거 사들였다.

투자 성향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SOXL)’가 차지했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도 상장 이후 엿새 만에 9000억원 가까이 순매수되며 2위에 올랐다.

이는 연초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1월에는 알파벳, 테슬라, 뱅가드 S&P500 ETF(VOO) 등 대형 우량주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SOXL, SK하이닉스 ADR, QLD,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AI 반도체와 레버리지 상품이 순매수 상위권을 휩쓸었다. 국내 증시 급락 이후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상품을 적극적으로 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로의 자금 유입이 국내 본주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DR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차익거래와 헤지 거래 등을 위해 국내 상장 주식을 함께 매매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미국에서는 이미 SK하이닉스 ADR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 상장 직후 미국 ETF운용사들이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가격 제한폭이 없어 국내보다 변동성이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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