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김치 프리미엄' SK하이닉스 ADR, 차익거래 불가능한 '불편한 진실'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7. 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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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 프리미엄, 단기간 해소 어려운 이유는?
원주 사서 ADR 전환하여 팔 수 있는 경로 실제론 막혀있어
시장에선 29일부터 상호전환 거래 가능 언급하지만 불투명




SK하이닉스 원주 가격(코스피 주가)과 미국에 상장된 ADR(나스닥 주가)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29일부터는 원주와 ADR 간 상호전환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원주를 매수하고 ADR로 바꾸려는 수요가 증가하면 원주 가격이 올라 가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매체들이 그렇게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격차를 활용하는 차익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거죠.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시장 예상과 달리 그 격차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원주 보유자들이 29일부터는 자유롭게 ADR 전환을 요청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차익 거래를 막는 구조적인 제약들이 예상보다 많습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SK하이닉스 투자자가 알아둬야 할 '원주의 ADR 전환 허용과 차익거래'에 대한 핵심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봅니다.

① 한국, 미국 가격 차이 왜 이렇게 큰가요?


SK하이닉스의 ADR 가격이 원주보다 높게 거래되는 '역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1주와 이론적으로 동일한 가치인 ADR 10주를 매입하기 위해선 약 20~25%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시장에서는 그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 투자자들의 ADR 매수세가 집중됨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미국의 개인투자자, 기관들의 ADR 매수가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것이죠.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소식이 작년 말부터 나오면서 ADR을 매수 계획을 세운 기관과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대기 수요가 몰렸다고 보면 된다"며 "여기에 가장 비싼 값(밸류에이션)을 쳐주는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차익거래 제한이 가격 차이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처럼 SK하이닉스 원주와 ADR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라면 두 시장의 가격차를 이용하려는 플레이어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SK하이닉스 원주를 매수하고 ADR로 전환해 매도하면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익거래(Arbitrage)가 활발히 이뤄지면 가격 격차는 줄어듭니다. 원주에는 매수세가, ADR은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두 주식의 가격이 서로 가까워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같은 차익 거래는 현재 불가능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을 원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원주를 ADR로 전환하는 아직은 안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번 ADR 상장을 위해 발행된 원주 즉 SK하이닉스의 신주가 국내 상장을 하는 시점부터 상호전환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 원주는 ADR 보유자가 원주를 요구하면 교환(전환)해줘야 하기 때문에 예탁원에 보관된 상태에서 오는 29일 상장절차를 완료합니다.

② 그렇다면 29일 이후,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29일부터 가격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하지만 이 시점 이후에도 원주와 ADR의 가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호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제거해야 할 벽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일정이나 제거 가능성이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원주의 ADR 전환 가능 여부나 그 시점을 결정하는 건 사실상 씨티은행에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미국에서 SK하이닉스의 ADR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교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ADR의 기초자산이 되는 SK하이닉스의 원주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요. 예탁결제원은 "상호전환 신청 가능일은 오는 29일 이후가 될 예정이긴 하나 씨티은행의 지시에 따라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씨티은행이 그 시점을 결정짓고 상호전환이 실제로 허용되면 원주 보유자는 즉각 ADR 전환이 가능할까요. 이 역시 따져봐야 할 게 있습니다. 원주와 ADR이 전환되는 구조가 마치 손님으로 가득 찬 맛집에서 기존 손님이 자리를 비워야 대기 손님이 들어갈 수 있는 웨이팅과 비슷합니다.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이번에 발행된 ADR은 총 1억7790만주입니다. SK하이닉스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2.5%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2.5%가 ADR의 발행한도(Cap)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00만주가 원주로 전환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1000만주만큼 빈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비로소 SK하이닉스 원주 100만주를 ADR 1000만주로 전환(교환비율 1대10)할 수 있습니다. ADR 보유자의 원주 전환으로 인한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 한 원주 보유자의 ADR 전환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ADR이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원주로 굳이 전환하는 투자자가 있을까요?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상호전환에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원주와 ADR 간 가격 차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③ '빈자리'가 생기면 아무런 제약없이 원주의 ADR 전환이 가능한가요.

ADR에서 원주로 전환하는 투자자가 있고, 그래서 빈자리가 발생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원주 보유자가 전환신청을 통해 ADR로 갈아타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을까요?

여기에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합니다. 원주를 ADR로 전환할 때마다 SK하이닉스가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시해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투자자가 원주를 ADR로 바꾸는 경우, 이를 두고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ADR 전환을 통한 실익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효력이 발생하는 데까지는 7영업일이 걸립니다. 이 기간동안 ADR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전환해 차익을 보려는 단기투자자라면 전환의 실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죠.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별도의 증권신고서 없이 ADR 전환이 이뤄진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 전 ADR을 상장한 포스코홀딩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입니다. 두 기업 모두 원주를 ADR로 전환할 때 별도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도 이 기업들처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전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와 LG디스플레이는 ADR 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원주와 ADR 가격도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여 실제 상호전환 물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ADR 발행 규모가 큰 데다 현재 원주와 ADR 간 가격 차이도 상당합니다. 별도의 증권 신고절차 없이 상호전환을 허용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전환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것을 고려하면 전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기존 관행을 따르긴 부담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원칙과 관행이 함께 공존하고 있을까요. 원칙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게 맞지만, 그동안 원주와 ADR 간 상호전환 물량이 많지 않아 시장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만간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적용할지 말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명확한 유권해석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절차적 불확실성 때문에 선뜻 전환 거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④'빈자리'가 생겨야만 원주의 ADR 전환이 가능한 시스템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나요?

현재로선 그렇지만, 앞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빈자리'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원주 보유자의 신청을 받아 ADR 전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이는 금융당국, SK하이닉스, 예탁결제원, 씨티은행이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식당을 확장해 자리를 늘리려면 식당 주인과 건물주, 관리인 등이 협의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한도를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ADR 발행규모는 총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1억7790만주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발행주식 총수의 25% 내에서 즉 ADR 신규발행 누적기준으로 17억7900만주까지는 규모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 한도마저 늘리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수정제출하는 등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상호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증권신고서 제출 문제를 비롯해 전환 절차와 관련한 기준도 함께 정비돼야 합니다. 특히 이번 SK하이닉스 ADR은 많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시장의 관심도 높은 만큼 금융당국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