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같던 인류 40kg→60kg, 200만년 전 훌쩍 커져…왜?

곽노필 기자 2026. 7. 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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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100만년마다 1kg씩 완만히 커지다가
호모 에렉투스에서 비약적 몸집 도약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지피고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런던자연사박물관

인류 진화 과정에서 ‘체구’(몸집)는 생존과 직결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사람종에 속하는 인간은 체중(성인 평균 60~80kg)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동물계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대형’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수백만년 전 나무생활을 청산한 인류의 조상은 오늘날 우리에 비하면 몸집이 아주 왜소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지금과 같은 체구를 갖게 되었을까? 한쪽에서는 수백만년 동안 조금씩 몸집이 커졌다는 점진 가설을, 다른 쪽에서는 특정 시기에 갑자기 커졌다는 급변 가설을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선 계통마다 다르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영국 레딩대와 옥스퍼드대 공동연구진이 인간의 체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초기 인류 조상과 사람속 초기까지는 서서히 커지다가 사람속 후기에 이르러 갑작스런 체구의 도약을 겪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1종의 초기 인류(호미닌) 화석 21종 386개 표본에서 얻은 체중 추정 자료를 통계 모델로 분석해 1000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인류 진화의 초기와 후기가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 이유는 일부 연구는 초기 인류 조상에 초점을 맞추었고 , 다른 연구는 후기 사람속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화석 뼈에서 체중을 추정하는 방법 또한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인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생활을 상상한 그림. 영국자연사박물관 제공

고기 섭취 등 생활 방식 변화와 일치

이에 따르면 초기 인류 조상은 수백만년에 걸쳐 100만년마다 약 1kg의 속도로 완만하게 체구가 커졌다. 초기 인류 집단 중 하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평균 몸무게가 40kg에 불과했고 키는 오늘날 어린이 수준이었다.

그러다 200만~250만년 전 사람속(호모속) 진화 이후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터 등의 출현과 함께 체구가 비약적으로 커져 몸무게가 60kg을 넘어서면서 현대인의 체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도약했다.

이는 독일 튀빙겐대 연구진이 2017년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한 화석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에 따르면 440만년 전부터 비교적 최근에 이르는 인류의 키를 추정한 결과, 220만년 전에는 키가 140cm 미만이었으며, 이후 200만~160만년 전 사이에 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 시기의 급격한 체구 성장은 인류의 생활 방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 인류는 더 효율적으로 직립 보행을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 많은 고기를 섭취했으며, 식량과 거주지를 찾아 더 넓은 땅을 옮겨다녔다. 최근엔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남아프리카의 한 동굴에서 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음식을 익혀 먹는 것은 소화력을 높여 성장과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을 더 쉽게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호모 사피엔스(왼쪽)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오른쪽)의 두개골 비교. Yousuke Kaifu/the conversation에서 인용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왜 체구가 작았을까

체구가 커져 더 길어진 다리는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고, 익힌 고기는 양질의 영양으로 엄혹한 환경에 더 잘 버텨나갈수 있게 해줬을 것이다. 체구의 성장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류의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초기 사람속 집단인 호모 하빌리스나 호모 루돌펜시스에선 이런 변화가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는 큰 체구를 사람속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보는 가설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호모 하빌리스를 사람속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후기 사람속에서도 모든 인류가 더 큰 체구로 진화한 것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의 ‘호빗’이라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남아프리카 동굴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는 1m 남짓의 작은 체구를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4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유적에서 나온 동물 뼈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대형 동물을 사냥하거나 불을 사용하지 않고 코모도왕도마뱀이 먹고 남긴 고기를 날로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들은 다른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다른 답을 선택한 존재들”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정보

Competing models of hominin body size evolution.

https://doi.org/10.1073/pnas.25217321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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