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국립공원 비결은 통제와 개방 '절묘한 타협' [캐나다 밴프·재스퍼]
신의 골격 같은 로키산맥과 보석 같은 호수의 향연


로키Rocky는 친숙한 영어다. '바위투성이'란 뜻이 있고, '고난투성이'란 의미도 있다. 그래서 영화 '로키'에서 무명의 복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로키 같은 근육질의 몸에 로키 같은 고난을 극복하며 챔피언이 된다.
로키는 북아메리카대륙의 산맥 이름이기도 하다. 캐나다 북쪽에서 미국의 남쪽 끝까지 장장 4,500km 이어진 바위투성이 산줄기다. 이 산맥은 바다에 퇴적되었던 암석이 지각 작용으로 솟아오른 지형으로, 산꼭대기에서 해양생물의 화석이 발견된다.
로키산맥에 미국의 로키마운틴, 옐로스톤, 글레이셔, 그리고 캐나다의 밴프, 재스퍼, 쿠트니 등 쟁쟁한 국립공원들이 도열해 있다. 로키산맥에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들이 웅장하고 야성적이라면, 캐나다의 국립공원들은 장엄하면서 우아하다. 그중에서 캐나다 로키의 상징인 밴프국립공원과 재스퍼국립공원을 간다. 두 공원은 우리나라의 금강산과 설악산처럼 붙어 있다.

우아한 풍경의 백화점, 밴프국립공원
밴프국립공원은 캐나다의 첫 번째 국립공원이다. 지리산의 14배에 달하는 면적(6,641㎢)에, 최고봉은 해발 3,163m의 에일머산Mt. Aylmer이다. 밴프국립공원은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높은 산, 바다에 있을 때 퇴적된 지층선이 뚜렷한 산마루, 빙하가 녹아 형성된 새파란 호수, 거칠게 흘러가는 계곡과 구불구불 유유한 강, 그리고 울창한 숲과 야생동물들로 자연경관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곳이다.
특히 밴프 타운에서 루이스호수까지 48km의 파크웨이를 따라 이어져 있는 루이스호수, 모레인호수, 페이토호수와 존스톤계곡은 모두 '세계 최고'라고 할 만큼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밴프국립공원에는 다양한 고도와 기후대마다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고, 회색곰과 엘크, 늑대 등 대형 포유류들이 저지대와 고산지대를 오가며 태초 이래의 먹이사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탐방로 주변에서 커다란 동물 흔적을 쉽게 볼 수 있고, 심지어 마을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곰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캐나다공원청은 숲속의 탐방로로 들어갈 때에는 4명 이상이 함께 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도로마다 수십 개의 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해 야생동물들의 안전한 이동을 유도하면서 사람 안전도 돕고 있다.
밴프국립공원의 탐방객은 매년 300만여 명이다. 거점도시인 밴프 타운은 전통적인 도시미관을 유지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상주인구를 1만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건물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는 까다로운 지침이 있어 아름다운 건축미와 문화적 경관을 유지하도록 한다.


세계 최고 드라이브 코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밴프국립공원의 루이스호수 입구에서 로키산맥을 따라 재스퍼국립공원까지 이어진 233km의 도로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라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선정한 곳으로, '아름다운 절경을 옆 좌석에 태우고 달린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경이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다만 지나치게 풍경에 몰입하면 사고 나기 쉽다.
밴프국립공원과 재스퍼국립공원의 경계인 해발 2,000m 선왑타Sunwapta 고개를 넘으면 멀리 빙하에 덮인 고원 아래에 아이스필드 센터가 나온다. 그곳에서 면적 325㎢에 달하는 컬럼비아빙원Columbia Icefield에 속한 애서배스카빙하Athabasca Glacier를 바라본다. 거기에서 녹은 물이 강이 되어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로 흘러간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면서 호수도, 강물도, 지하수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생명의 원천인 물에 의존하는 생물과 사람의 앞날이 걱정된다.
재스퍼국립공원으로 넘어가면 애서배스카강이 유유하게 흐르다가, 강물이 콸콸 내려 꽂히는 여러 폭포를 만난다. 바위협곡과 폭포의 다이내믹한 풍경을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바닥이 미끄러워 휘청거리는 사람이 많다. 그곳의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아름다움과 위험은 항상 함께한다Beauty and danger go hand in hand.'


광활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재스퍼국립공원
재스퍼Jasper는 이곳에 살았던 인물의 이름이면서, 보석 이름이기도 하다. 캐나다 국립공원을 '쇼윈도 안에 전시된 보석'이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사람 손을 타지 않게 엄격하게 보호하면서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적 효과를 얻는 전략을 비유한 표현이다. 어떤 관광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아름다운 자연과 향토적인 풍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그들의 '보석 같은 풍경'을 온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재스퍼국립공원에서 첫 번째 명소는 휘슬러산Whistler(2,470m)이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얼음에 덮인 망망한 산맥을 바라보고, 애서배스카강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벌판과 성냥갑 같은 재스퍼 타운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휘슬러산 일원에는 가볍게 걷는 산책로에서 난이도 높은 고지대 등산로까지 다양한 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재스퍼 타운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피라미드산(2,766m) 아래에는 거울처럼 잔잔한 피라미드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이 거대한 산 전체가 피라미드호수에 얌전하게 반영된 풍경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포인트, 그리고 산과 호수를 탐방하는 등산로와 산책로, 자전거도로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 밖에도 에디스 카벨Edith Cavell 트레일을 걸어 천사가 내려온 듯한 엔젤Angel 빙하의 얼음조각과 만나기, 폭탄 같은 폭포가 쏟아지는 멀라인Maligne협곡 트레킹하기, 멀라인호수의 스피릿 아일랜드에서 스피릿(영혼)을 만난 듯한 분위기에 젖어보기 등은 꼭 체험해야 할 필수 코스다. 프랑스 시골에 온 듯한 재스퍼 타운에서의 산책과 맛집 체험도 오래 기억될 관광이다.
재스퍼국립공원의 면적(1만1,228㎢)은 지리산의 23배에 달하는데, 해발 1,400m 이하의 낮은 산지는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다. 이런 좁은 지역에 도시와 마을, 도로가 집중되어 있고, 이곳에 탐방객뿐만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이 몰려든다. 야생동물도 햇빛과 물과 먹이식물이 많은 저지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원의 어디를 가든 커다란 야생동물을 종종 만나게 된다. 만일 엘크나 산양을 만나면 적어도 30m, 곰이나 무스(말코손바닥사슴)를 만나면 적어도 100m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신상에 좋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웅장한 자연을 대표하는 밴프국립공원과 재스퍼국립공원! 그곳에 가면, 공원의 어디를 가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경관이 나타나 눈이 부시고 숨이 막힌다.
우람한 골격의 산맥과 하얀 설산은 신의 영역처럼 보이고, 울창한 숲과 넘실거리는 강물에는 생명력이 넘치며, 우아한 호수와 신비스런 물빛에는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문학적 정서가 담겨 있다. 그래서 밴프-재스퍼국립공원을 풍경의 진수성찬, 보석 중의 보석으로 예찬한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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