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 160조 순매도…"단기 과매도지만 중기 불안 여전"

조효재 기자 2026. 7.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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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시총 대비 외국인 순매도액 비율 3.1%…2008년 이후 최고
대규모 매도에도 외국인 보유 비중 39%…추가 매물 부담
물가·AI 투자 둔화 변수…"6000대 매수·8000대 매도"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역대급 팔자 행렬이 단기 과매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과 인공지능(AI) 투자 증가율 둔화 등이 외국인 매도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 코스피 8000선 부근에서는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1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에서 약 160조원을 순매도했다. 과거 외국인의 연간 순매수·순매도 규모가 대체로 30조원 안팎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올해 평균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액 비율은 3.1%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4.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60거래일 동안의 순매도액도 현재 시가총액의 2% 수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하자 차익을 실현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주가 폭등에 따른 엄청난 수익률에 대한 차익 실현으로 볼 수 있다"며 "단기 시황 측면에서 시장이 급락할 만한 펀더멘털의 변화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외국인 매도세는 과매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최근 60일 외국인 순매도액이 시가총액의 2% 안팎까지 커졌던 시기에는 이후 매도 압력이 완화되고 코스피가 반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05년 이후 이 같은 사례는 네 차례였으며, 대체로 이후 1~3개월 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줄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7배까지 떨어졌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를 밑돌았다. 코스피 6500을 가정할 경우 20일과 60일 이동평균선 대비 지수 수준을 나타내는 이격도도 각각 83과 84로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바닥권에 근접했다.

다만 외국인이 이미 충분한 물량을 처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순매도에도 반도체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시가총액은 약 2100조원,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 10년 평균인 33.7%와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인 33.9%를 모두 크게 웃돈다. 외국인이 160조원을 팔고도 보유 비중은 여전히 역사적 범위의 상단에 머물고 있어, 지수가 반등할 때 추가 차익실현에 나설 여지가 남았다는 의미다.

유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도 시차를 두고 커질 수 있다. 원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에 뒤늦게 반영될 수 있고, 국내외 고금리 국면의 장기화는 경기와 기업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수급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와 반도체 투자 모멘텀 둔화도 변수다. 미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설비투자 증가율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와 이익의 절대 규모가 늘더라도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외국인의 차익실현을 자극할 수 있다.

변 연구원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CAPEX(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약 80% 수준에서 내년 30% 수준으로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코스피 6000선에서는 매수 전략으로, 8000선에서는 외국인 재매도 여부를 관찰하면서 점진적 매도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효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