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데이터센터 규제하는데···한국은 전력·용수 공급 약속[뉴스분석]

오경민 기자 2026. 7. 2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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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시민들이 AI 데이터 센터 설치에 반대하는 가두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통해 국가가 앞장서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거나 규제를 신설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호주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자체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고 전력망 접속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의 규제도 도입되고 있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는 50개 주 중 최초로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 정부 환경 인허가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데이터센터 개발의 규모와 속도가 전력과 수자원에 전례 없는 부담을 주고 있으며 뉴욕 주민들의 전기요금까지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주 단위로는 뉴욕이 최초지만 앞서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파크시, 워싱턴주 시애틀시 등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영구·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개별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지역의회 단계에서 가로막힌 경우는 더욱 많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임페리얼에서 AI 데이터 센터 확장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서버가 아닌 사람들에게 전력을’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공화당 티 파티(강경 보수주의 운동) 참여자였던 에이미 크레머가 이끄는 단체 ‘휴먼스 퍼스트’가 42개주에서 데이터 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지난 5월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53%)보다 높은 수치다.

시민들은 전력과 물 부족, 생태계 훼손, 소음, 전기요금 인상 등 복합적인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사용하며, 서버를 과열 없이 작동시키기 위한 냉각 과정에서 다량의 물이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데 비해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이유로 캐나다, 멕시코, 아일랜드 등에서도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대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호주에선 데이터 센터 업계에 환경적 책임을 요구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호주 정부는 지난 15일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물 등을 규제하는 ‘호주 AI 표준’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추가 전력 수요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업자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하고,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분담해야 하며, 부지 확보 시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데이터센터 지붕의 냉각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대학이 지난달 3일 발간한 ‘인공지능의 환경적 비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448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면 세계 11번째로 큰 전력 소비국이 되는 규모다. 연구진은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연간 945T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화석 연료 발전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로 인한 물 사용 부담도 크다. 유엔대학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와 관련한 물만 4조5000억ℓ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역시 2030년에는 9조3000억ℓ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 13억명 전체의 최소 연간 가정용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가 서버 냉각을 위해 사용하는 직접적인 물 수요도 지역 물 공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냉각수 일부가 (자연으로) 반환되더라도 대규모 취수의 양과 시점은 지하수층과 지표수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건조한 지역이나 지하수 고갈을 겪는 지역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전력·용수 공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구축하고, 2035년까지 SK의 데이터센터를 10GW 확장해 총 18.4GW의 데이터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도모”하고,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한 방안으로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전력을 공급하고, 데이터센터가 보다 싸게 전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 체계까지 손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자체 전력 공급원 확보와 전력망 접속 비용 부담, 물 사용 최소화 책임을 요구하는 해외 규제 흐름과는 반대 방향이다.

미르 마틴 유엔대학 지리공간·기후·인프라 분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데이터센터가 설치되는 지역과 AI를 사용하는 지역이 서로 다른 ‘비대칭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지역은 비용을 떠안고 다른 지역은 혜택을 가져가는 낡은 패턴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대학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확장에는 투명한 환경 부담 저감 대책과 지역사회에 대한 이익 공유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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