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된 인공지능 공장 [유레카]

데이터센터의 시초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정부 전용 컴퓨터의 보관 공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 영국 정부가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개발한 컴퓨터 ‘콜로서스’는 높이 2미터, 너비 5미터, 무게는 무려 5톤에 달했다. 1946년 미국이 수소폭탄 제조에 투입한 컴퓨터 ‘에니악’은 당시 펜실베이니아대 공과대학 내 지하실 40여평을 꽉 채울 만큼 몸체가 컸다.
기술 발달로 컴퓨터 크기가 작아지며 데이터센터는 ‘서버’로 불리는 소형 컴퓨터들이 모여 있는 민간 기업의 전산실로 진화했다. 인터넷을 통한 일반 온라인 서비스와 서버를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시설을 넘어, 현재는 ‘인공지능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며 데이터를 생산하는 거점이 된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고성능 반도체 칩을 구동하고 발열을 식히는 데 막대한 전력과 물을 쓰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설명할 때 면적이나 서버 대수가 아닌, 메가와트(㎿)나 기가와트(GW) 같은 전력 용량(전기 소비 규모)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증권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상위 90개의 전체 전력 계획 용량은 205기가와트 규모에 이른다. 미국 내 전체 발전 설비들을 풀가동할 때 생산되는 전기(약 1.4테라와트)의 약 15%를 차지한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전기와 수도 요금이 치솟고, 냉각기와 발전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아우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뉴욕주가 미국 최초로 대형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최장 1년간 사실상 올스톱시키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주민과의 상생이 어려워지자 기업들도 대안으로 바다 위나 해저, 우주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2035년까지 국내에 구축하기로 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18.4기가와트 규모다. 1기가와트당 최소 30만평이 필요하다고 계산하면 서울 여의도의 약 6.3배 면적의 시설이 들어서는 셈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전체 후보 624명 중 12.3%인 77명에 이르렀다. 국회에선 지난 5월 지방의 데이터센터 건립 규제를 확 풀어주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도 통과됐다. 미국과 반대로 가는 인공지능 공장 유치전의 결과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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