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력·데이터 삼중고…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정부 지원책 내놨지만 제한적
“기초 디지털화·교육 등 병행을”
경기 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은 최근 생산라인에 인공지능(AI) 기반 불량 검사 시스템을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했다. 직원이 육안으로 제품 표면의 결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포기하기로 했다. 카메라와 센서, 검사 장비를 도입하고 기존 생산관리시스템과의 연동하는 비용까지 더하자 투자 부담이 예상보다 컸고, 이런 시스템을 운영할 전담 인력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AI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자율제조’ 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 중소 제조업 현장은 첨단 제조 혁신 흐름에서 떨어져 있다. 중소기업도 생산성 향상과 품질 안정, 인력난 대응을 위해 AI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초기 구축비와 전문인력,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고도화는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걸 의미하는데 중소기업에선 대표이사가 자신의 사재를 쏟아붓는 열정이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스마트공장 구축 중소기업의 AI 도입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4%는 제조 공정에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통’ 응답까지 포함하면 제조 AI 도입 필요성을 인식한 기업은 78.5%로 늘어났다. 중소기업이 꼽은 ‘AI가 가장 필요한 분야’는 품질관리, 생산 최적화, 공정 자동화였다.
그러나 응답기업의 44.2%는 ‘초기 비용 부담’을 이유로 AI 도입이 어렵다고 했고, 20.5%는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AI 도입을 위해 투자할 의향이 있는 금액은 ‘1억원 이하’가 68.9%에 달했다. 해당 조사는 중기중앙회가 최근 5년간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502개사를 조사한 결과로, 비교적 AI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점에서 실제 중소 제조업 전반의 도입 장벽은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AI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 지원 대상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대기업의 제조 AX 방법론을 중소기업에 확산하는 상생형 AI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AI 공장 고도화에 앞서 기초 디지털화, 제조데이터 표준화, 운영인력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선도기업을 AI 공장으로 끌어올리는 전략과 함께 다수 중소기업이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당장 현장에서 일할 사람도 없는데 AI 담당 인력은 어떻게 구하겠느냐”며 “중소 제조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려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데이터와 인력, 판로 지원까지 묶어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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