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넘은 申의 한 수… ‘인간지능’ 희망을 봤다
221수 만에 흑 11집 반차로 이겨
1패 후 2연승 ‘역전 드라마’ 완성
랭킹 1위 ‘인간 최고수’ 저력 입증
“변수 줄이는 맞춤형 전략 인상적”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1패 뒤 2연승을 거두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 다시 한번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 9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21수 만에 흑 11집 반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열린 1국에서 예상 밖 초반 수에 흔들리며 완패했지만, 19일 2국에 이어 이날 3국까지 연달아 승리하며 최종 전적 2승1패로 시리즈를 가져왔다.

카타고는 앞선 두 대국과 달리 첫수로 좌상귀 소목을 선택했다. 예상 밖 포석에 신 9단은 2분 넘게 장고한 끝에 우하귀 소목으로 응수했고, 이후 좌하귀 날일자로 실리를 챙기며 차분하게 판을 짰다.
대국은 중반까지 큰 전투 없이 집을 쌓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집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신 9단은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우상 접전에서도 다소 손해를 감수하며 변수를 최소화했고, 80수 무렵 상변부터 중앙까지 거대한 흑진을 구축하며 승기를 잡았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뒤에도 신 9단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앞선 두 대국에서 승률 99%가 무너지며 형세가 흔들렸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러 차례 계가를 거듭하며 우세를 확인한 끝에 승률 99%를 끝까지 유지했고, 11집 반 차 완승으로 대국을 마무리했다.
이날 대국을 해설한 박정상 해설위원은 “신 9단이 오늘은 퍼펙트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특히 우상 접전에서 다소 손해인 것을 인지하고도 변수를 줄이는 맞춤 전략을 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AI를 상대로는 복잡한 전투보다 변수를 통제하는 선택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승리로 신 9단은 AI 시대에도 인간 최고수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신 9단은 대국료와 승리수당을 포함해 총 2억500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2승 달성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도 함께 받는다.
이번 대회는 신 9단에게 제한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진 반면, 카타고는 시간제한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타고는 인터넷 바둑 플랫폼 타이젬이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 연결한 전용 시스템으로 구동됐으며, AI가 산출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대신 착수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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