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혁신 막는 낡은 규제… 글로벌 경쟁 뒤처진다

이현미 2026. 7. 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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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112건 규제 합리화 건의
모자이크 영상·변조된 음성 활용
원본 학습 못해 기술 고도화 지연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요건 완화
유휴부지 창고·운수업 입주 요구
‘선 허용·후 규제’ 발상 전환 필요
기업들 혁신·도전 환경 조성해야

“자율주행 분야는 인공지능(AI) 기술개발 과정에서 원본 자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로봇 분야는 원본 이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돌봄 로봇이나 안내 로봇이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려면 눈썹, 입꼬리, 시선 등 미세한 표정과 음성 정보를 학습해야 하는데 현재는 모자이크된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사용해 AI 정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크고 연구개발도 지연되고 있어요.”

로봇 연구개발 기술자 A씨는 현행 개인정보 규제가 로봇 AI의 정밀한 학습과 기술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람의 얼굴과 음성을 비식별 처리하도록 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엄격한 안전 장치를 도입한 연구개발에 허용해주는 등 로봇 기술 고도화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AI와 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래산업 등 5개 분야 112건의 규제 합리화 과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산업통상부에 건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총은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가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며 ‘선 허용·후 규제’ 원칙에 기반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생산·운송·저장·활용을 아우르는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나서며 수소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실제 위험도나 설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규제가 수소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수소충전소 건물은 사고에 대비해 안전유리를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는 수소 누출이나 폭발 위험이 낮은 구역에도 같은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실제 위험 구역과 거리가 충분히 떨어진 사무실이나 부대시설까지 안전유리를 설치해야 해 충전소 건설비가 늘고 공사 기간도 길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AI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AI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원전?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사용 인증 및 거래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AI데이터센터 기획팀에서 일하는 B씨는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AI데이터센터 특성상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은 한계가 있고 발전 단가가 높아 부담이 크다”며 “미국 등 주요국들이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 원전 전력을 발전 사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 법·제도를 마련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조속히 제도를 마련해 대규모 전력 공급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순환 현장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재활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전제품 설치 후 회수되는 포장용 폐스티로폼은 부피의 98%가 공기다. 물류센터에서 잘게 부수거나 압축하면 보관 공간과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후 이를 정제해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다시 전자제품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일반 물류센터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깨끗하게 수거한 폐스티로폼조차 분쇄하거나 압축할 수 없다. 결국 부피가 큰 원형 그대로 재활용 시설까지 옮겨야 해 사실상 ‘빈 공기’를 실어 나르는 데 물류비를 쓰고 있다고 업계에선 토로한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AI·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핵심 AI 인프라 적기 구축을 위한 신속한 규제 합리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AI·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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